[데일리人] 지일파 이낙연 총리, 한일관계 경색 푸는 실마리 가져올까

2019-10-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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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시절 취재로, 이번엔 총리로 일왕 즉위식 참석 '지일파' 평가

한일 관계 매듭 풀 적임자...대통령 친서 전달로 기대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9월 11일 (현지시간) 제4차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데일리동방] 태풍은 한데 모인 씨앗을 퍼트려 생태계 균형을 잡는다. 한철 난리의 원인이면서 무너진 기둥을 다시 세울 계기를 만든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일본 방문 역시 경색된 한일관계 해소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이 총리는 22~24일 일본을 방문해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과 아베 총리 면담 일정을 이어간다. 

이목을 끄는 일정은 마지막날인 24일 오전 아베 총리와의 면담이다. 이날 면담에서 이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 친서를 전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아사히신문’과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14일 정기회의 도중 대통령이 ‘친서는 어떨까’ 묻자 ‘써달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문제는 일본이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할 경우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전범기업 신일본제철(現 신일철주금)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올해 7월 무역 보복을 시작했다. 반도체 핵심 소재(고순도 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 레지스트) 수출 규제는 정치·외교·사회·문화 전반을 뒤흔든 기해왜란(己亥倭亂)으로 불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은 소재 국산화와 수입 국가 변경 등으로 위기를 헤쳐가고 있다. 학계에선 정부와 기업이 위기가 닥칠 때에만 대응책을 마련하지 말고 소재 국산화로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전환점으로 거론되던 유니클로는 최근 광고 의역으로 뭇매를 맞았다. 광고 속 여성 노인이 어린시절 입던 옷에 대해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 못 한다(I can't remember that far back)”고 말했으나 자막에는 “80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적혀서다. 한국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인의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혹에 회사는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한국인의 깊은 감정의 골을 재확인한 순간이다.

대마도를 비롯한 일본 지방 관광지들은 한국인이 찾지 않아 대체 수요 확보에 나섰다. 일본정부관광국은 지난달 자국을 방문한 한국인이 전년도 같은달보다 58.1% 줄어든 20만1200명이라고 발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일본은 태풍 하기비스에 휩쓸려 각지 공장과 상업시설이 타격을 입었다. 버섯 생산시설부터 정보통신기기, 자동차 공장에 이르는 사업장이 줄줄이 타격을 입었다. 관광산업 역시 타격이 예상된다. 후쿠시마 방사능 폐기물도 유실돼 일본산 수산물 수입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계의 ‘위안부’ 망언이 반복되는 일본은 도쿄올림픽 메달에 욱일승천기 문양을 도입해 침략 피해국의 원성을 사고 있다.

쉽지 않은 한일관계 회복에 이 총리가 적격자로 거론되는 이유는 일본과의 인연도 작용한다. 이낙연 총리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 1990년부터 약 3년간 일본 특파원을 지냈다. 그는 같은해 11월 아키히토 당시 일왕 즉위식을 취재했다.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이 총리는 이번 방일과 관련해 “인연의 소중함과 깊이를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의 기대감이 높지만 극우 정권 특성상 한국에 대한 양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18일 오전 브리핑에서 강제징용 등 현안에 대해 한국의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양국 간 대화 기회를 닫을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총리의 방일은 정치와 경제 현안 해결 출발점이다. 이 총리가 아베 총리에게 전달할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는 내년 도쿄올림픽 이전 한일관계 회복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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