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만난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법학 전문가다. 학계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해 십년 넘게 대학 강단에 섰다.
학자를 꿈꾸던 젊은 시절과 경영 일선의 실무를 마주한 지금, 그는 어떤 점을 가장 다르다고 느낄까.
정우용 전무는 “강단에서 이야기하는 이론 차원의 이상, 그리고 기업 경영에서 실무 차원의 현실 사이에 다른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학계란 울타리 밖에서 많은 부분을 배웠다고 전했다.
이론만 볼 땐 고려하지 못했던 사소한 부분들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로 주주총회를 꼽았다. 강사 시절 주총 요건과 절차에 대해 가르쳤다. 그렇지만 실제 그 조건을 채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선 미처 몰랐던 것이다.
정우용 전무는 “막상 상장협에서 기업이 처한 여러 상황을 살펴보니 법적으로 정해진 요건을 채우는게 참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론에서 말하는 이상적 주식회사의 모습도 현실과 사뭇 달랐다"고 말했다.
자신의 자본을 투자하고 참여해 이익을 얻는 주주, 이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더 큰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주식회사의 이상적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주식 투자 문화와는 차이가 있었다. 주식회사가 도입된 지 400년이 넘은 서양과 달리 아직 우리의 경험은 수십년에 불과해서다.
그는 “아직까진 주식 투자가 곧 시세 차익을 통한 단기적 이익의 수단으로만 인식되는 탓에 주총에 관심없는 분들이 많다”며 "주식이 갖는 상대적 위험성 때문에 주식 투자를 곧 투기로 치부하는 인식까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투자로 재테크를 하면 가족이나 배우자가 싫어해 주주 연락처에 집 주소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현실에서 겪어보지 않았다면 이런 상세한 문제들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이런 사소한 부분들이 쌓여 큰 문제점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다소 비판을 듣더라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게 상장협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추진하는 의결권 자문서비스도 그 역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상장협은 지난 6월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배구조 자문위원회를 별도 조직으로 구성했다. 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 10여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정우용 전무는 “전문적인 의결권 자문사들이 등장하면서, 기업 입장에서 의안에 대해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모든 상장사 의안을 다루진 못하겠지만, 중요한 이슈가 발생한 사례나 회원사의 요청이 있는 경우 기존 자문사들처럼 의견을 내려 한다”고 밝혔다.
단, 지나치게 기업 입장에 치우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는 “충분히 그런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의견 제시에 있어 중요한 것은 독립성이므로, 기업의 중장기 가치와 주주 이익 제고 측면에 집중해 의견을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상장협은 기업인이 아닌 기업을 위해 존재한다”며 “최대주주도, 전문경영인(CEO)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법인으로서 기업이 계속 존재하고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상장협의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