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우용 상장협 전무 "주총 대란 막으려면 내실화·현실화 고민"

2019-10-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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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17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주총과정에서의 혼란을 막으려면 참여율 제고 방안과 함께 의결정족수 완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이른바 ‘주총 대란’이 재연됐다. 2018년부터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사라져 혼란이 가중된 것이다. 정부도 주주총회의 내실화와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꼬인 실타래를 풀긴 쉽지 않다.
 
17일 만난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주총 대란을 막기 위해선 내실화 방안과 함께 우리 기업들의 경영 현실과 주식투자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주주총회를 열어도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이라며 “주주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릴 방법과 함께 의결정족수 완화 등 기업의 원활한 경영을 위한 현실적 방안도 함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 현실 고려한 주총 대책 필요"

상법이 제정된 지 수십년이 지났다. 그런 만큼 많은 부분에서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정우용 전무의 견해다. 다만 현재 정부에서 준비하는 개정안의 경우 소액주주나 개인투자자의 이익에 주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우용 전무는 “현재 주총 개최 양상을 살펴볼 때 현실적으로 의결정족수 완화가 없다면 대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감사위원 선출 등 안건이 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회사는 188곳에 달한다. 내년에는 이 숫자가 235곳 수준으로 늘 수도 있다.

결국 한국거래소 등은 주총 불성립 등의 혼란을 막기 위해 상장규정을 개정했고, 상장폐지 사유에서 주총 정족수 미달을 제외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정우용 전무는 “섀도보팅 제도가 없어진 대신 대비책으로 상장폐지 사유에서 정족수 미달이 제외됐지만, 근본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미봉책”이라며 “원활한 주총을 위해선 상법 개정을 통한 의결정족수 변경 등 성립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주총 결의 요건이 까다롭지 않다. 영국은 주주 2인의 출석만으로 정족수가 충족된다. 독일도 출석 주주의 단순 다수결로 안건이 성립된다. 우리는 주총 진행을 위해 발행주식의 25%에 해당하는 주주를 모아야 한다.

정우용 전무는 “상장협도 섀도보팅 폐지가 유예됐던 2014년부터 이에 대비한 근본적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며 “현실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에선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자투표제 등 참여율 제고를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실질적 효과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전자투표 참여율이 3%에서 올해 5% 수준으로 다소 개선됐다. 하지만 이 중 개인 소액 투자자들이 참여한 비중에 대해선 데이터로 밝혀진 게 없다는 것이다.

◆"경영권 방어 수단 마련해야"

아울러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 중 다중대표소송제에서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출자 기준이 50%를 초과하는 계열사 및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모회사 소액주주들의 자회사에 대한 경영 감독권 제고, 자회사 이사들의 책임 경영 등을 위해 도입 여부가 논의 중이다. 그러나 자회사라 해도 모회사와는 독립된 법인이란 게 정우용 전무의 지적이다.

그는 “자회사도 주주가 있는 상황에서 모회사 주주가 소송을 건다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이는 독립된 법인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협에 따르면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된 미국과 일본도 제한된 경우에만 이를 허용한다.

정우용 전무는 “미국은 법원 허가 하에만 허용되고, 일본도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해 동일성이 인정될 때만 적용된다”며 “현재 제시되는 내용처럼 50% 출자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사실상 모든 모자회사에 적용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주들이 승소하면 결과적으로 회사에 이득이 된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자칫 자회사 경영진들이 회사 경영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상법개정안에서 기업의 경영권 방어 문제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의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할 방어수단이 상대적으로 충분하다. 그렇지만 작은 기업들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서다.

그는 “일부 작은 기업의 인수합병 사례를 보면 적은 자금만으로 회사를 인수해 자산을 처분하고, 껍데기만 남기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한다”며 “이런 경우 회사를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이 자사주 매입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흔히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을 이야기한다"며 "차등의결권의 경우 현재 도입해도 기업을 다시 상장해야 되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포이즌필 제도 등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포이즌필의 경우 정관변경과 주주 특별결의가 필요하므로, 주주들만 인정한다면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우용 전무는 “상법이 1962년 제정됐고 그동안 경영 환경과 경제 규모는 크게 변했다"며 "그러나 상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기업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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