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자는 앞에 지나가는 자전거가 귀찮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위협운전을 당하는 자전거 라이더들은 정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든요. 생존의 문제예요.”(김지연 씨,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16일 오후 6시30분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직장인들이 바삐 퇴근하는 사이로 하나 둘 사이클복을 착용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끌고 모이기 시작했다. 열명 남짓 모인 이들은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평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보기 힘든 낯선 모습이었다. 근무를 마치고 모인 직장인들이 자전거로 퇴근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 것이다.
행사에 참가한 김지연씨(서울 동대문구 휘경동)는 “여럿이서 같이 오니까 더 빨리 오긴 했다”면서 “함께 라이딩을 하면 혼자 타는 것보다 덜 힘들다. 서로 바람도 나눠 맞고 힘들어도 의지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출족들은 자전거 시설 인프라뿐 아니라 인식과 안전문화의 측면에서도 자전거 출퇴근의 어려움을 느낀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조동훈씨(서울 동대문구 제기동)는 “자전거를 좋아해도 평소 자출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자전거도로나 자전거 보관소, 샤워실 같은 여건이 갖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안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영국에서 참여한 라이딩에서는 시설과 안전 인식 모두 잘 갖춰졌다고 느꼈다. 반면 서울에서는 청계천 주변 정도를 제외하면 자전거도로여도 차들이 무시하고 지나가거나 위협운전을 당하기도 한다”면서 “차량과 자전거 간의 양보와 배려 문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참가한 최모씨 역시 “자전거 출퇴근 자체가 힘들진 않다”면서 “다만 자전거도로가 불법주정차로 막혀있거나 자전거도로를 침범한 자동차와 함께 달리고 있을 땐 아찔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자전거도로와 차로를 분리하는 차단봉이나 바리케이드가 있다면 더욱 안전한 자출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는 올해 다양한 자전거 퍼레이드 행사를 개최하며 자전거 안전문화 확산과 시민들의 자전거 권리 찾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미 2회에 걸쳐 자전거 퍼레이드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청계광장을 출발해 종로 흥인지문을 돌아오는 6㎞, 50분 코스를 600여명이, 7월에는 반포 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광나루 자전거공원까지 한강변 14㎞를 60분 동안 300여명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주행했다.
특히 3회째를 맞는 이번 퍼레이드는 별도의 교통 통제 없이 일상 속 평범한 자전거 주행을 퍼레이드 행사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날 행사 현장을 함께한 서울시 관계자는 “자출족 시민이 많이 참여해 ‘자전거 권리 찾기’에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며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 이용이 더욱 활발해지도록 자전거도로 확충과 자전거 안전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적극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달 10일 광화문광장에서 1만명 규모의 ‘2019 라이딩 서울’ 자전거 퍼레이드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올해 마지막으로 주최하는 자전거 퍼레이드 행사로,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글로벌 라이딩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