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의 비난과 더불어 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명 부장판사는(사법연수원 27기) 1997년 검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수원지검에서 근무를 시작해, 12년간 서울동부지검·청주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하고 2009년 판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수원지법·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지냈고, 창원지법·성남지원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명 부장판사가 영장전담 판사로 투입된 것은 지난해 8월, 그는 박범석(26기), 허경호(27기), 이언학(27기) 부장판사에 이어 4번째 영장판사가 됐다. 당시 법원 관계자는 “영장전담 재판부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명 부장판사가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배치된 것을 두고 법원과 검찰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 이른바 ‘사법농단’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청구가 법원에서 대거 기각된 후 이루어진 조치이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거래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명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동기(27기)이기도 하다.
아울러 그를 영장 전담으로 배치한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란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민 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의 추가조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실제로 명 부장판사가 부임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됐다. 사법농단 의혹 핵심 인물들에 대한 첫 영장 발부였다.
이어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 소명이 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인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이후 일각에서는 명 부장판사를 두고 이른바 ‘영장자판기’라는 별명도 나왔다. 명 부장판사는 이후에도 비교적 높은 영장 발부율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 이명박 정부 시절 일선 경찰에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을 뽑기 위해 시험지를 사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오현득 국기원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히 ‘김학의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수사에 물꼬를 터주기도 했다.
2017년 수원지법 성남지법 민사1부 부장판사 재직 당시에는 여성 혐오 논란을 일으킨 ‘강남역 살인사건’ 범인에게 “부모에게 5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는 조 장관 관련 사건에서는 잇따라 영장발부를 기각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달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배임,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청구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이상훈 대표와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두 사람이 주범이 아니라는 것이 주된 기각 사유다.
이어 지난 8일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등의 혐의를 받는 조 장관의 동생의 영장까지 기각했다. 조씨가 웅동학원 교사 채용 지원자들에게 뒷돈을 받은 사실(배임수재 혐의)을 인정하고 있지만 웅동학원 허위소송(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여부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조 장관 관련 사건에서 청구된 6건의 구속영장 중 기각된 세 건이 모두 명 부장판사 담당 사건이어서 법조계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 장관 동생에 대한 보강 수사 후 영장을 다시 청구할 전망이다. 아울러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