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지속돼 왔던 이 같은 고객의 고민을 해결해주겠다는 것이 '보맵(Bomapp)'의 생각이다. 보험의 지도라는 기업체·서비스 명칭에서부터 그 같은 생각이 묻어난다. 핀테크기업 보맵은 어려운 보험 상품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보험사 근무해도 보험 잘 몰라···정보비대칭 해소하고자 창업"
"보험사에서 일하면서 지인 권유로 보험에 가입했는데, 나중에 보험을 해약하면서 원금의 70% 밖에 못 받았다. 나 같은 사람이 없어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창업하게 됐다"
보험 산업은 대표적인 정보비대칭 시장이다. 보험사는 상품의 구조와 장단점을 훤히 알고 있지만 소비자는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 탓에 보험 소비자가 아프거나 사고가 난 이후에야 자신에게 맞지 않는 보험에 가입했다고 후회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보험사에서 일 해보니 보험사나 설계사는 100% 고객의 입장에서 일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모든 정보를 다 알려주기도 어렵지 않겠나. 하지만 플랫폼이라면 100% 고객 입장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류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맵 서비스를 개발했다. 2017년 출시된 보맵은 올해 초 3.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보맵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입과 유지 등 보험의 모든 부문을 관리해주는 통합 플랫폼 서비스다.
보맵은 40여개 민간 보험사(생명·손해보험 통합)에서 고객이 가입한 모든 보험의 보장 내역, 납입보험료, 해지환급금 등 상세 내역을 한꺼번에 조회해주는 서비스다. 또 고객의 데이터를 파악해 잠자는 보험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보장이 중복되는 보험을 알려주고, 보완이 필요한 보험 상품의 가격까지 비교 추천해준다.
2015년 창업한 류 대표는 유사한 플랫폼 사업자 중 선두주자에 속한다. 보맵 역시 유사한 플랫폼 서비스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보맵은 지난 8월 기준 16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로 보장 추천 차별화···보험 혁신 지속
"우리는 유사한 플랫폼 서비스와 달리 보험에만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헬스케어 등 여러 서비스와 접목을 통해서 차별화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류 대표는 당장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보험 산업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보맵은 올해 유전자 검사 스타트업 '제노플랜'과 협업해 차별화된 보장 추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보맵 고객이 간단한 유전자 검사를 받으면 이를 분석해 보험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이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실현된 서비스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사람은 1200만명에 달한다.
또 스위스리가 올해 미국에 거주하는 성인 2만3000명과 4개 국가(캐나다, 영국, 중국, 호주)에 거주하는 성인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0%가 이미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35%는 앞으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선진국 인구 절반 이상이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이다.
설문 결과 이미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사람 중 38%는 암이나 당뇨 등에 높은 위험을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평균적인 상품보다 4배 가량 보장이 든든한 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앓기 쉬운 질환을 미리 파악하고 보험으로 보장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국내 보험사가 이 같은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구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고객의 건강·의료 정보를 수집·활용할 수 없다. 이는 보험사가 고객의 건강·의료 정보를 악용해 고객의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근 헬스케어 부문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다소 완화됐으나 보험사가 아직 자유롭게 건강·의료 정보를 활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핀테크 플랫폼은 이 같은 규제에서 한결 자유롭다. 보맵은 이르면 올해 4분기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본격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 보장분석 서비스는 단순히 같은 나이대 고객들보다 이런 보장이 부족하다 이런 식인데 유전자 검사 같은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면 확 달라질 것. 이렇게 전문적인 보험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는 것이 보맵의 경쟁력 같다"
◆목표는 500만 다운로드·해외진출·전문보험사 설립
류 대표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고객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진행되는 보맵의 TV CF도 그 일환이다. 지금까지는 플랫폼 안정화와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마케팅을 강화해 근시일 내 500만 다운로드 기록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갑자기 죽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보험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보험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단돈 몇 천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도 많이 만들고 있다. 보험사는 큰 돈이 안 되니까 굳이 만들지 않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그런 보험 상품을 많이 개발하자는 생각이다"
보험 플랫폼의 선두주자인 류 대표도 첫 걸음서부터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창업 후 처음 내놨던 '레드 박스'는 한 달 만에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명함관리 어플리케이션(앱) 리멤버처럼 보험증권을 사진으로 촬영해 업로드하면 상품을 분석해주는 구조로 서비스를 설계했으나 고객이 보험증권을 어디에 두었는지조차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객이 보험증권을 찾더라도 수많은 페이지 중에 어디를 찍어야 하는지를 몰라서 물어보더라. 그 때 아 이런 구조는 안 되겠다 싶었다. 결국 실패했지만 그래도 고객이 보험을 잘 모르니까 이를 알려줘야 한다는 서비스 방향 자체는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소득이 있었다"
이 같은 실패를 딛고 구상한 것이 자동으로 어느 보험에 가입했는지 찾아주는 지금의 보맵 시스템이다. 보맵으로 시장 안착에 성공한 류 대표는 앞으로 시스템 고도화를 마무리하고 장기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일본 등 해외로 진출해 글로벌 보험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다.
"처음 보맵을 만들었을 때도 한국에서 경험을 쌓고 세계로 나갈 것을 계획했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어느 나라든 사람들이 본인이 가입한 보험 상품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은 다 똑같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향후 가능하다면 소액·단기보험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문보험사를 설립하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전문보험사 설립을 위한 자본금 요건 등을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아직 신생 전문보험사를 설립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류 대표는 앞으로 보맵이 더 성장하고 전문보험사의 사업 모델이 좀 더 구체화되면 설립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앞으로도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소비자에게 집중하면 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어떤 보험을 판매한다는 것 보다는 소비자가 가입한 보험을 쉽게 설명해주고 보험금 잘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데 집중하면, 좋은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가 보험의 지도를 가지고 해매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