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수익률ㆍDLS사태 불신 겹쳐… 발길 끊긴 은행권

2019-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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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ㆍ퇴직연금ㆍISA 모두 저조… 펀드 원금손실 위험

글로벌 저금리기조 심화 전망… '수신대란' 악화 우려

금융권이 투자처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금융상품 수익률이 저조한 데다, 최근 불거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로 인한 불신까지 겹친 탓이다.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불고 있는 만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수익률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금융권의 고객 모시기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1%대 불과한 은행상품 수익률에 고객 발길 '뚝'

고객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저조한 수익률 때문이다.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신규취급액기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3~4년 만기) 가중평균금리는 1.56%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2.02%) 대비 0.46%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3~4년 만기)의 가중평균금리는 2.03%에서 1.95%로 0.08% 포인트 하락했다.

퇴직연금 수익률도 악화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시중은행 퇴직연금 평균 연간수익률은 △확정급여(DB)형 1.48% △확정기여(DC)형 1.76% △개인형퇴직연금(IRP) 1.35%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물가상승률(1.50%)을 고려하면 실질 수익률은 제로(0)다. 은행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계산하면 마이너스다.

펀드 수익률도 좋지 않다. 지난달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은행이 판매 중인 혼합형 상품(2221개) 가운데 6개월 만기 기준으로 원금손실 상품비중은 35.5%(790개)였다. 혼합형 펀드는 채권·주식·파생상품 등에 배분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률 역시 저조하다. ISA다모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은행권 ISA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42%였다. 만기를 1년으로 늘리면 수익률은 0.62%에 불과하다.
 

[출처=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은행권 '수신대란'··· 앞으로가 더 문제

은행권 수신상품의 수익률이 악화된 이유는 저금리 기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은 지난 7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1.5%로 인하하자 예금금리를 0.4~0.5% 포인트씩 내렸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올 8월 10년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린 데 이어 지난달에도 1.75~2.00%로 인하했다. 연내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인민은행도 지난달 20일 기준금리 성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4.20%로 0.05% 포인트 인하했다. 영국발(發) 브렉시트 리스크와 독일발 제조업 부진 등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달 예금금리를 -0.50%로 0.10% 포인트 인하했고, 연내 추가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은 한은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25%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한 국내 채권금리 상승도 추가 수익률 악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19일 1.093%로 최저치를 기록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3일 1.303%로 0.210% 포인트나 올랐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8월 16일 1.172%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래 9월 한 달 동안 0.112% 포인트나 상승했다.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값은 하락한다. 보유 채권가격이 하락하면 수익률도 나빠진다. 주로 안정적인 채권 위주로 금융투자자산을 운용하는 은행권 입장에서는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 또 10월 채권시장에 대한 기대심리도 전월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은행권 펀드상품의 손실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는 "고객의 고위험 상품 투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현재 남는 돈을 안정적으로 묶어두겠다는 목적의 자금만 겨우 들어오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경우 금융을 통한 투자 수익은 사실상 전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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