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북근(南遠北近) 변화구 던지는 일본 대처법

2019-10-0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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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구 교수]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과 임명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과 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가 벌이고 있는 사생결단에는 피아(彼我) 진영만 있을 뿐 성찰은 없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정치는 실종되고 선동만 난무한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경제 ‘전쟁’의 선전포고로 간주한 정부와 여당은 이 전쟁에서의 패배를 한국인을 ‘노예 상태’로 전락시켰던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화만큼이나 굴욕적인 것으로 보고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되뇌지만 거기에는 국익도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유엔총회에서도 한일정상회담은 열리지 못했다. 4일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말했지만, 강제동원 피해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제법에 따라 약속을 지키라고 한국 측에 책임을 돌렸다. 아베 총리는 자유, 공정, 무차별적인 자유무역의 기수를 자처했지만,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7월 이후 반도체 관련 3품목의 수출을 허가한 것은 불과 7건에 불과하다. 일본에게는 3위의 교역 상대국이자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았던 한국인들의 발길이 줄어 관광업 종사자들이 비명을 질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이 5월 말 양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일본에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은 74%로 과거 최고를 기록했으며, 한국에서도 ‘일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은 75%였다(한국일보, 6월 11일자). 상대방에 대한 양국 국민의 불신감이 증폭된 데에는 외교를 국내정치 문제화시킨 양국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아베 정권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든 강제동원 문제든 피해자의 구제보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이라는 법적 틀을 강조하며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프레임 만들기에 주력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일본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여기에는 일본 정부의 외교적 협의와 중재위원회 설치 요청에 대한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도 한몫했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일본의 건설적 역할을 견인하겠다는 공언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는 일본에 대한 기대 공간이 없다. 오히려 일본은 압력과 제재 유지를 강조하는 방해세력이고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를 실현해 따라잡아야 할 극복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북한 핵문제는 안보문제이면서 경제문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는 현실적인 위협이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실현과 동아시아에서의 냉전 잔재 해소를 위해서는 북미 및 북일 관계정상화는 불가결하다.

2018년 10월 24일 국회 ‘소신표명연설’에서 북일 국교정상화 추진 의사를 처음으로 표명한 후 아베 총리의 입에서 납치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정상회담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5월 1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는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추켜세우면서 김 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정상회담 의사를 표명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5월 10일 유엔에서 열린 강연에서 납치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해 “북한이 올바른 길을 걷는다면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일본은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일본의 추파는 계속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수면 하에서 북한 측 인사와 접촉을 해왔던 기타무라 시게루 내각정보관을 국가안전보장국장에 발탁했으며, 아베 총리와 가까운 일본의사회 요코쿠라 요시타케 회장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의료지원을 검토하기 위해 간부를 북한에 보냈다.

이런 움직임이 북일 정부 간 대화 재개로 이어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4년 5월 북일은 납치피해자 문제의 전면적인 재조사와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일부 해제에 합의한 바 있다(스톡홀름 합의). 역사문제에 관해 남북이 함께 일본에 대항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순진하거나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이다. 오히려 한국을 배제한 채 2002년 9월의 북일 평양선언을 바탕으로 북일이 관계개선을 모색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5일 7개월 만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은 결렬됐다. 북한은 구태의연한 태도와 입장을 버리지 못했다고 미국을 비난하고 책임을 돌렸지만 과연 북한이 새로운 제안을 했을지도 의문이다. 북·미관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한국이 북일 관계정상화와 남·북·일 삼각협력체제 구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10월 22일 열리는 새 천황 즉위식에 한국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다면 경색된 한일관계 개선의 전기가 될 것이며, 일본 국내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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