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제로페이 가맹점은 28만6000개이고 누적 결제액은 292억4000만원이다. 이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300만개에 달하고, 일평균 신용‧체크카드 결제금액이 2조4000억원(올해 상반기 기준)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크게 차이나는 수준이다. 또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가 출시 1년 만에 누적 결제액 2조원을 달성한 것과도 비교되는 성과다.
일반 시민의 제로페이 이용률 또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가 발표한 '제로페이 사업 활성화에 대한 서울시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시민 응답자 89.5%가 간편결제를 이용해봤다고 답했지만, 이 중 제로페이를 이용해봤다고 답한 사람은 13.6%에 불과했다.
이용자가 적다 보니 제로페이 가맹점이지만 제로페이를 실제 사용해 본 적 없는 사업주는 52.5%에 달했다. 이들 78.4%는 '준비를 했지만 제로페이로 결제하려는 고객이 없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제로페이 서비스는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영세사업장에 가장 큰 혜택을 제공한다.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이면서 연 매출액이 8억원 이하인 사업장의 소상공인의 수수료율은 0%다. 매출액이 8억원이 넘고 12억원 이하면 0.3%, 12억원이 초과하면 0.5%의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다만 상시근로자가 5인 이상인 사업장에서는 제로페이를 사용할 이유가 많지 않다. 제로페이의 경우 상시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인 일반가맹점은 수수료율 1.2%를 부담한다. 이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와 유사한 수준이다.
현재 연 매출이 3억원 이하인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0.8%이고 연 매출이 5~30억원인 가맹점의 경우 1.3~1.6%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더 낮다. 연매출액이 3억원 이하인 사업장은 0.5%의 수수료율을, 3~5억원 이하인 사업장은 1.0%를, 5~10억원이하는 1.1%를 적용받는다. 이에 더해 사업주들은 카드 사용에 대한 매출세액공제를 1000만원 내에서 받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굳이 제로페이를 택하지 않겠다는 사업주가 상당하다. 일례로 최근 4000여 개 동네마트를 회원으로 둔 한국마트협회는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제로페이를 사용할 이유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제로페이 사용자에겐 소득공제 40%와 지방자치단체 시설물 이용 할인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하지만 혜택도 많고 편의성도 뛰어난 신용카드를 두고 굳이 제로페이를 선택할 이유는 없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한국은 특히 신용카드 보유율(80.2%)과 이용률(79.1%)이 높은 편이다. 신용카드보다 간편하거나 혜택이 많지 않은 이상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로페이는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떨어지고 사업주 입장에서도 세액공제 등으로 카드 수수료를 연말에 돌려받는 데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이 정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급결제 수단이 활성화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우리나라는 전자 금융에 대한 국민 인식도 높은 편이라 본인에게 사용이 이득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제로페이 사용이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