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가 부동산 시장 '광풍(狂風)' 부른다

2019-09-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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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 1년만에 최대.…0.06%로 전주 대비 2배

은행권 신규 주담대 금리 2.47%로 역대 최저치

기존 금융 상품 경쟁력 하락으로 안전 자산인 부동산에 유동 자금 빠르게 유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금리 기조에 갈 곳 없는 뭉칫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서울 집값이 크게 올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에 광풍(狂風)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 주간 상승률도 전주의 두 배를 기록해 1년 만에 최대 오름폭을 나타냈다. 이는 금리 인하에 따른 기존 금융 상품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시중 유동 자금이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 시장 금리 하락 여파로 지난달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에도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서울 아파트값은 상한제 앞두고도 1년 만에 상승폭 '최대치'

이처럼 끝없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은 1년 만에 최대치 오름폭을 기록했다. 또 전국은 47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23일 조사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0.03% 대비 두 배 오른 0.06%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같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둘째 주(0.07%)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또 13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감정원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추석 이후 가을철 이사수요가 발생하고, 이들의 추가 상승 기대심리가 높아졌다"며 "특히 인기 지역 신축 아파트는 물론, 지난달 하락폭이 컸던 재건축까지 매수세가 유입되며 오름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추석 이후 본격적인 가을철 이사수요가 가세하기 시작한데다, 신축 및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일반아파트부터 촉발된 상승세가 재건축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 4구(강남·강동·서초·송파)의 경우 0.09%로 지난주(0.04%)보다 오름폭이 2배 이상 커졌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0.1%를 일제히 기록했고, 강동구와 서초구는 모두 0.07%를 나타냈다.

강남구는 대치동, 송파구는 잠실·방이동, 서초구는 반포·잠원동 일대 일반아파트 및 재건축에 수요층이 몰리며 전방위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또 강북권에서 마포구(0.11%)는 신규 입주가 있는 광흥창·대흥역 위주로, 광진구(0.09%)는 정주 조건이 좋은 광장동과 개발호재가 있는 구의동 위주로, 동대문구(0.07%)는 청량리 역세권 신축 위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경기 지역 아파트값은 0.04%로 지난주와 같았다. 과천시(0.34%)는 원문동 일부 대단지 위주로 상승세를 보였고, 광명시(0.23%)는 신안산선, 제2경인선 등 교통 개선 기대감에 아파트값이 올랐다.

지방 아파트값은 0.03% 내렸으나 지난주(-0.04%)보다 낙폭이 둔화됐다. 5대광역시가 0.04% 상승했고, 8개도가 -0.09%, 세종이 0.02%를 각각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주 보합에 이어 금주 0.01%로 상승 전환했다. 전국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 이후 47주 만이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으로의 유동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이번에는 주담대 금리가 역대 최저치라는 점에서 수요층의 매수심리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을 추구 경향이 강해지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은행 주담대 금리, 전월比 0.17%포인트 내린 2.47%…'역대 최저'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8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전달보다 0.17%포인트 하락한 2.47%로 나타났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한은이 지난 7월 18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내린데 이어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5월(3.49%) 이후 하향세를 지속해 지난 7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두 달 연속 최저치를 경신했다.

주담대와 다른 대출을 포괄한 전체 가계대출 평균금리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7월보다 0.33%포인트 하락한 연 3.63%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기업대출 금리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2.92%였다. 이 역시 1996년 1월 관련 통계 편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가계대출 금리 인하폭이 생각보다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 6월에도 0.24%포인트 하락하면서 연초와 비교하면 0.7%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다만, 이달 대출 금리는 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코픽스 금리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달 초 1.51%까지 내려간 단기 코픽스는 최근 반등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움직인다면 금리는 현 수준에서 횡보할 전망이다.

수신금리도 시장금리 하락 등 영향으로 전월 대비 0.17%포인트 하락한 연 1.52%를 기록했다. 순수저축성예금은 0.18%포인트, 시장형금융상품은 0.14%포인트 하락했다.

수신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많이 내려가면서 잔액기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는 전달보다 0.03%포인트 하락한 2.21%로 조사됐다.

제2금융권 일반대출 금리를 보면 △상호저축은행 10.48%(-0.82%포인트) △신용협동조합 4.51%(-0.11%포인트) △상호금융 4.00%(-0.07%포인트) △새마을금고 4.38%(-0.27%포인트)로 모두 전월 대비 하락했다.

예금금리는 △상호저축은행 2.52%(-0.01%포인트) △신용협동조합 2.41%(-0.07%포인트) △상호금융 2.10%(-0.15%포인트) △새마을금고 2.37%(-0.10%포인트)로 모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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