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역(6호선-공항철도-경의중앙선) 6번 출구로 나가면 중소기업 DMC타워가 있다. 그 1층에는 중소기업역사관이 자리잡고 있는데, 입구에 “글로벌 창조경제, 중소기업이 만들어 갑니다”라는 큰 현판이 있다.
한국경제를 이끈 3대그룹의 뿌리, 즉 주식회사 삼성상회와 현대 자동차공업사, 구인회 상점의 옛날 사진 모습은 보는 이들을 감동케 한다. 또 이명래고약, 활명수, 원조 밀가루 포대, 동동구리무 용기 등은 추억을 되살린다. 1960~70년대 주요 수출품이었던 가발과 속눈썹은 특히 눈길을 끈다. 이 전시관을 둘러보는 이가 일반인이라면 단순히 가슴이 뭉클해질 뿐이지만, 만약 중소기업인 이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이라면 창의력과 도전 정신이 샘 솟을 수 있다.
최근, 대학 졸업후 스타트업을 의욕적으로 만들거나 불경기로 인해 새 사업을 준비하는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반드시 중소기업 DMC타워를 방문해, ‘창업 결의’를 다졌으면 한다.
2016년 8월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마라톤은 참으로 씻기 어려운 치욕을 겪었다. 2시간42분42초로, 완주 선수중 뒤에서 세번째인 138위에 그친 심종섭은 80년전 베를린올림픽에서 2시간29분19초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故 손기정(1912~2002)보다 무려 13분23초나 뒤졌다. 80년 동안 기록을 단축하기는커녕 뒷걸음질을 한참이나 친 것이다.
게다가 두 명의 대표 선수는 부상 부위에 어이없게 파스를 붙이고 햇반을 먹으며 컨디션 조절에 실패, 관계자뿐 아니라 국민 모두를 아연실색케 했다.
80년 전의 손기정을 되돌아보자. 그는 도쿄에서 출발해 서울→만주→시베리아→모스크바를 열차로 이동하며 자리에 쭈그린 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2주일 만에 베를린에 도착했다. 이런 악 조건은 시대상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손기정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철저한 준비로 그 누구도 깨지 못한 2시간 30분의 벽을 무너뜨렸다.
독립군들이 모래주머니를 달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은 방법으로 훈련했고, 신발 바닥을 칼로 깎아 가벼운 마라톤 슈즈로 만들었다. 또 러닝셔츠와 속옷을 가위로 잘라 옷 무게를 줄이는 ‘첨단 스포츠과학’을 고안해 내기도 했다.
서울 중구 만리동엔 ‘손기정 공원’이 있다. 거기에 전시된 유물과 기념품, 역사적인 사진과 동영상, 가슴 뭉클한 어록은 리우올림픽 결과에 대해 피를 토하듯 꾸짖는 것 같다.
마라톤 국가대표 선수라면 도쿄올림픽(2020.7.24~8.9) 출정전 꼭 손기정공원을 방문해 그분의 위대한 도전 정신을 일깨워야 하지 않을까. 중소기업인이나 20대 창업 준비생들이 중소기업 DMC타워를 찾아 각오를 다져야 하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