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 삼성전자는 전(全) 직원에게 “올해 성과급은 작년의 절반 수준”이라는 사내 공지를 띄웠다. 예를 들어, 반도체 부문은 작년에 연봉의 최대 50%를 성과급으로 받았지만, 올해는 23~30%라는 내용이다. 내년 1월에 성과급을 주는데 미리 감소폭을 알린 것.
당연히 직원들의 불만을 샀다. 지난 4~5년간 매년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받던 직원들로선 으례히 ‘연봉’으로 생각하던 성과급이 올해는 1000만~1500만원이나 줄기 때문이다. 성과급이 줄어든 건, 월급이 대략 100만원 가량 깎인 것이므로 직원 본인은 물론, 그 가족들의 충격은 상당할 것이다.
삼성그룹이 운영하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1986~1989년 4연패(連覇)의 해태 타이거즈에 이어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의 금자탑이었다.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져 2위를 차지한 라이온즈는 2016~17년 연속으로 9위로 떨어진다(9위이긴 하지만 신생팀 KT 위즈가 10위여서 사실상 최하위). 2016~17년 시즌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일등 삼성그룹’이 프로야구까지 4년간 우승 독식을 하자, 그룹 안팎에서 독주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급기야 사실상의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프로야구단에 대한 무한정 지원을 중단시킨다. 자회사인 제일기획에서 야구단 관리를 담당케 함에 따라 야구단의 씀씀이는 크게 축소됐다.
이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게 라이온즈 선수들의 성과급(인센티브)이다. 2016년 이전만 해도 야구단 선수들의 성과급은 굉장했다. 결승타, 승리투수 수당에다 팀 연승 수당까지, 1군 주전들은 연봉이외 한해에 1억원이 넘는 가욋돈을 챙겼다. 그런데, 제일기획으로 운영 주체가 넘어가면서 예산을 축소, 성과급이 전액 폐지됨으로써 선수들의 수입이 연간 1억원이상 줄어든 것. 선수단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감소와 성과급 폐지로 인해 선수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게 야구계의 관측이다.
성과급은 그야말로 성과에 대한 포상인데, 이를 보너스가 아닌 연봉으로 생각한 직원(선수)들이 잘못 계산한 것인가, 회사(야구단)의 관리 잘못인가? 더 많은 성과를 쌓으라고 주는 성과급이 득(得)이 되기도 하고 독(毒)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