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의식한 듯, 군 당국은 24일 함박도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관측할 수 있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에 위치한 말도로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초청했다.
그동안 함박도는 물이 차면 70~80평 정도만 보이는 작은 바위섬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북한군이 대대적인 매립 공사를 통해 유인도로 변모시킨 모습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국방부 합동정보분석과장은 이들 군사시설이 감시시설과 숙영막사(30명 규모)로 구분된다며 "(설치된) 레이더는 군사용 레이더가 아니라 일반 상선이나 어선에 달려있는 항해용 레이더"라고 설명했다. 함박도에서 40㎞가량 떨어진 인천공항을 감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함박도는 함지박처럼 생겼다고 해서 함박도다. 그만큼 지형이 울퉁불퉁하다. 평탄화될 수 있는 화포를 갖다 놓을 수 있는 장소가 없다"며 해안포나 방사포를 배치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전격적으로 언론사를 초청해 해명을 자청했지만, 논란은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이유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소신' 발언이 꼽히고 있다.
정경두 장관은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함박도에) 들여오기만 하는 것은 조문상 9.19군사 합의 위반이 아니다"고 단정했다.
다시말해 육상에서는 비무장지대 GP(감시초소)가 철수 또는 파괴되는 상황인데 반해, 해상에서는 신형 방사포 배치 가능성으로 긴장감이 고조돼도 9.19군사 합의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정경두 장관이 '국방부 장관으로서 혹시라도 북한이 방사포를 배치하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한마디면 될 일을 9.19군사 합의 위반 여부만 고려해 국민 감정을 거슬렀다"고 밝혔다.
또 정경두 장관은 "현재 9.19군사 합의는 서로 일정 구역에 완충구역을 두고 그 안에서 기동훈련이나 포사격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완충구역을 두고 군비가 증강돼도 무력도발이 없으면 어쩔수 없다는 뜻으로, 정경두 장관 스스로 9.19 군사합의가 보여주기식 평화 쇼라고 말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북한이 함박도에 방사포 등을 둘 경우 인천공항은 물론 한강 이남까지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게다가 북한군은 지난 2015년께 중요 통신장비를 함박도에 설치한 뒤, 9.19군사 합의 이후에도 감시 장비 일부를 확충했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남북 화해 무드'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정경두 장관은 현재까지 해당 발언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경두 장관의 문제 없다는 발언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한편, 해수부는 지난 2010년 '함박도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함박도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통제보호구역으로 관리됨에 따라 출입이 금지됐다"며 "군에 의해 접근이 허가되지 않아 조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