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평양 시내에 내걸렸던 문구다.
북·중은 중국 건국 70주년이자 북·중 수교 7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올 들어 밀착관계를 더욱 과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연초부터 열차로 중국을 3박 4일간 방문했고, 시 주석도 6월 평양을 찾았다. 이달 초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방북해 김 위원장의 방중을 논의했다. 미·중 무역전쟁, 북·미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긴장감이 한창인 가운데 두 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잦은 교류로 우호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물론 양국 관계가 항상 올해 같았던 건 아니다. 북한이 연이은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면서 북·중은 한동안의 냉각기를 거쳐, 전통적 우호관계마저 파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촉발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나면서 양국 관계는 급격히 회복됐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6·25전쟁 이후 중국이 북한의 재건에 상당한 물자와 인력을 지원하면서 공고해졌다. 1954~57년 중국은 북한에 3억2000만 달러 규모의 무상 원조를 제공했다. 양국은 북한 김일성 주석 집권 기간 내내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왔다. 김 전 주석은 1959년 9월 중국 건국 10주년을 맞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조선과 중국 인민은 친근한 형제이며, 양국 인민의 운명은 분리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이런 밀월관계는 1961년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로 이어졌다. 중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나라는 지금까지 북한이 유일하다.
다만 김일성 사망 후 양국 관계는 다소 흔들렸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중국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드러내기도 했으며, 중국의 반대에도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런 관계는 김정은 집권 이후 더 악화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후 2017년까지 단 한 차례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중국은 일관적으로 북한에 핵실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김 위원장은 핵실험을 계속해 왔다. 집권 이후 중국 방문 전까지 약 90차례 미사일 발사 시험을 단행했다. 특히 2017년 중국 샤먼에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담이 열리는 동안 북한이 단행한 미사일 발사는 시 주석을 격노케 했다. 시 주석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중국을 모독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이후 북한과 무역 관계를 대부분 단절했다.
이랬던 북한과 중국의 분위기가 지난해부터 바뀌었다. 서로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나선 것이다. 한 것이다.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이 집권 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최고의 국빈 대접을 받은 이후 양국 정상이 같은 해 5, 6월 잇달아 만남을 갖는 등 양국 관계는 빠르게 회복됐다.
지난 1월 4차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여러 차례 양국의 관계를 '순치관계'라고 표현했다. 입술과 이처럼 이해관계가 밀접하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도 양국 관계를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외신들은 양국 관계가 더 전략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안보 매체인 더디플로맷은 지난해 북·중 관계를 정리하면서 “북·중 관계는 이념적이고 감정적인 혈맹보다는 순치에 더 가까웠는데, 최근 양국이 미국과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그 관계가 조금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가운데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중국이 북한과의 접촉을 시작했고, 국제사회 고립에 지친 북한도 중국이라는 무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으로 북·중 관계는 단순한 순치가 아닌 한층 발전된 순치가 됐다고 더디플로맷은 설명했다. 서로를 보완하고 보호하던 북·중 관계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카드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닉 비슬리 호주 라트로브대 국제관계학 교수도 최근 미국 ABC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중 관계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됐지만, 이제 그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종 이들의 관계를 입술과 이의 관계로 설명하는데, (이가) 입술로 보호돼 있다는 것은 북한의 관점이자 중국의 주장”이라며 “’이'는 언젠가 입술을 물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