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간지 '신주간(新周刊)'은 지난해 6월 ‘링링허우(零零後)’를 이렇게 묘사했다. 링링허우는 글자 그대로 ‘00년 이후’라는 뜻으로, 2000~2009년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 링링허우의 첫 주자인 2000년생이 대학 새내기로 캠퍼스에 첫 발을 내디딘 게 지난해 6월이다. 올해 기준으로 링링허우는 약 1억64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초기 태어난 '우링허우(五零後, 50년대 출생자)'나 '류링허우(六零後, 60년대 출생자)'처럼 어린 시절 대약진 운동기간 기아와 아사로 생존을 위협받지도,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홍위병으로 동원되지도 않았다.
'치링허우(七零後, 70년대 출생자)'나 '바링허우(八零後, 80년대 출생자)'처럼 개혁개방이라는 격변의 혼란기와 1989년 톈안먼 유혈사태의 비극을 체험하지도 않았다.
'주링허우(九零後, 90년대 출생자)'보다 중국 개혁개방 이후 눈부신 경제 발전의 과실을 더 충분히 누리며 아주 어렸을 적부터 인터넷과 모바일을 자연스레 접해 '디지털 원주민'이라고도 불린다.
풍족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교육수준도 높고 어렸을 적부터 해외여행도 다녀 견문이 넓고 사고도 개방적이다. 덕분에 자신감 넘치고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며, 개성 있고 자기주도적인 DNA를 타고난 게 링링허우다.
하지만 링링허우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링링허우는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하기 전에 태어난 마지막 ‘소황제(小皇帝) 세대’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응석받이로 자란 탓에 자기중심적이고 버릇이 없다는 편견이 사회에 만연하다. 공공장소에서 천방지축으로 날뛰며 소란을 피운다는 뜻에서 ‘슝하이쯔(熊孩子)’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닐 정도다. 어렸을 적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끼고 살아온 탓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만 익숙해 사람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간판 교육업체 신둥팡의 위민훙(俞敏洪) 최고경영자(CEO)가 링링허우를 향해 “사회적 도덕, 법규 준수 관념이 거의 없다"며 "자기 이익을 더 챙기는 데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가 10대들의 거센 비난에 결국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링링허우는 이런 사회적 편견에 대해 푸념한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의 교육열에 시달려 치열한 입시 경쟁에 내몰린 채 스트레스 속에 살아왔다고.
게다가 링링허우가 앞으로 직면할 현실은 앞선 세대가 걸어온 길보다 더 팍팍해 보이기까지 한다. 갈수록 뚜렷해지는 경기 둔화, 심각한 취업난,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그들은 좌절감을 호소한다.
중국 관영 주간지 랴오왕(瞭望)에 따르면 텐센트 산하 연구기관 펭귄인텔리전스(企鵝智酷)가 1778명의 링링허우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스스로를 '막막하고 혼란스러운(迷茫·미망) 세대'라고 말한 응답자가 남성 44.2%, 여성 52.8%에 달하기도 했다.
물론 기업에 있어 링링허우는 엄청난 구매력을 가진 소비층으로, 앞으로 중국 소비시장을 이끌어갈 주력군이다. 아직 링링허우 대부분이 10대라 주링허우에 비교해 소비력은 낮지만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고, 실제 소비 규모도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텐센트 보고서에 따르면 링링허우의 저축액은 1인당 평균 1840위안(약 31만원)으로, 바로 앞 세대인 주링허우의 두 배가 넘는다. 경제관념도 투철해 자신의 소비능력 안에서 돈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기주도적이다 보니 유행을 좇기보단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돈을 더 들이는 성향이 강하다. 중국산 제품이 외국산보다 질이 떨어진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기업들로선 이같은 링링허우 소비성향을 파악해야 앞으로 중국 소비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