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이 지난 2일 게재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특집 기사 제목이다. “떨쳐 일어서서, 부유해지고, 강대해진다”는 뜻이다. 지난 70년간 중국 발전사를 압축해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건국 70년간 앞만 보고 질주한 중국 경제는 오늘날 미국과 겨룰 정도의 G2(주요2개국) 반열에 올랐다. 오늘날 전 세계 경제성장 기여율이 18%에 이를 정도다.
양적 성장을 토대로 중국은 새롭게 고도의 질적 성장을 외치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먹고 사는 데 여유를 갖춘 '샤오캉(小康)' 사회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두 개의 백년 목표도 세웠다.
그런데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전례 없는 위기에 부딪혔다. 미·중 무역전쟁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를 "장기적으로 중대한 투쟁이 될 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중국꿈)'을 실현하기까지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는 것이다.
◆70년 질주한 中경제···'제조대국'→'제조강국' 도약 선언
사실 지난 70년간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중국의 기적', '중국의 굴기(崛起·우뚝 섬)'라 불릴 만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건국 70년간 국내총생산(GDP)은 1952년 약 679억 위안에서 지난해 90조 위안(약 1경5000조원)을 돌파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130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무역액은 2400배 불어나고, 외환보유액은 2만8000배 이상 늘어난 3조 달러를 돌파, 13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현재 중국은 유엔에서 분류하는 국제표준산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200여종의 공산품 생산량에서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한다. 서비스업도 빠르게 발전하며 1952년 192억 위안에 불과했던 3차 산업 생산액이 지난해 47조 위안까지 늘어 중국 경제 안정과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기둥이 됐다.
외자유입도 활발하다. 2018년 중국 비(非)금융부문 외국인직접투자(FDI)액이 1350억 달러로, 1983년과 비교해 146배 증가했다. 연평균 15.3%씩 늘어난 것으로, 중국은 2년 연속 세계 2위 외자유입국 자리를 지켰다.
중국인들의 주머니도 나날이 두둑해져 이제 먹고 사는 데 여유를 갖춘 샤오캉 사회를 향해 서서히 나아가고 있다. 지난 70년간 7억명 인구가 빈곤에서 벗어나 오늘날 중국의 극단적 빈곤율은 1.7%까지 낮아졌다. 지난 6년간 1분에 약 30명씩 빈곤에서 벗어났다는 통계도 잡힌다.
중국의 1인당 GDP는 신중국 초기 119위안에서 지난해 6만4644위안으로 542배 늘었다. 중국인의 1인당 소비지출액은 1만9853위안으로 개혁·개방 직전인 1978년과 비교해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중국은 ‘세계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늘날 전 세계 소비시장을 휩쓰는 중국인 관광객을 일컫는 ‘유커’라는 전문 단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중국 금융시장 빗장도 서서히 열리며 안정적인 발전세를 구가하고 있다. 1990년 상하이·선전에서 처음 문을 연 중국 주식시장은 이제 시가총액 50조 위안이 넘는, 미국에 이은 세계 2대 시장으로 우뚝 섰다. 3700개가 넘는 회사가 상장된 이곳엔 전 세계 2억명 이상이 투자하고 있다.
미국, 유럽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속 중국계 은행들은 무섭게 덩치를 키웠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올해 선정한 기본자본 기준 세계 은행 순위 1~4위는 각각 공상은행(3375억 달러), 건설은행(2874억 달러), 농업은행(2428억 달러), 중국은행(2299억 달러)으로, 모두 중국계 은행이 석권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10위권에서 중국계 은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중국의 발전상에 "중국은 고도의 질적 성장, 금융리스크 예방, 수출·투자 위주에서 내수·소비 위주로의 경제성장 모델 전환 능력이 충분하다”고 극찬했다.
중국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조강국' 도약도 외쳤다. 2015년 발표한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바탕으로 막대한 자금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세대(5G) 통신 등 첨단기술 분야 육성에 쏟아부었다.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중국 IT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구글, 아마존, 애플 등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과 미래 경제질서를 주도할 세력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경제 자신감은 충만했다. 적어도 2017년까지는 말이다. 그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 2016년 성장률인 6.8%를 웃돌았다. GDP 성장률이 전년치를 웃돈 건 2010년 이후 7년 만이었다. 그렇게 중국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 세계 최대 제조강국으로 부상해 중국몽에 한 발짝 다가서는 듯 보였다.
◆트럼프發 무역전쟁 직격탄···내상 입은 中경제
그런데 바로 이듬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겉으론 무역불균형 시정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중국의 미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한 시도였다. 미국이 투하한 관세폭탄은 중국 경제에 심각한 내상을 입혔다.
당장 중국 경제에 경기하방 압력이 커졌다. 수출·소비·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가 부진해지면서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6.6%로 2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가급 싱크탱크인 중국 사회과학원은 올해 성장률이 6.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전쟁 1년간 중국 제조업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졌다는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보고서도 나왔다.
기업 도산과 실업률 상승이 사회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안정적 경제성장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았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부터 시장에 적극적으로 돈을 풀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은행권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해 대출여력을 늘려줬다. 대출금리 인하도 적극 유도해 기업 대출을 장려하고, 지방정부엔 채권 발행을 통한 인프라 투자를 독려했다. 사실상 빚에 의존해 경기 부양을 하는 것이란 지적이 흘러나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막대한 부채를 줄이겠다던 ‘디레버리징’ 정책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게다가 미국은 화웨이 같은 중국 하이테크 기업과의 거래 중단을 결정하는 등 사실상 중국을 글로벌 산업 가치사슬(밸류체인)에서 몰아내려고 하는 중이다. ‘신(新)냉전’이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무역전쟁 불확실성 속에 애플, 휴렛팩커드(HP), 델,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무역전쟁은 발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점점 더 격화하고 있다. 단순히 무역통상 분야를 넘어서 기술·환율·안보·교육·문화 등으로까지 번져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위기를 기회로···" 건국 100주년 '중국몽' 시험대
이제 중국은 ‘끝까지 가볼 테면 가보자’는 의지로 지구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포문을 연 무역전쟁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개혁·개방과 혁신을 추진해 경제의 질적 성장을 모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른바 "선전자, 치인이불치어인(善戰者, 致人而不致於人)"이다. '전쟁을 잘하는 장수는 자신의 의도대로 상대를 움직이지, 상대에게 끌려 다니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의 가장 유명한 병법서인 손자병법 ‘허실(虛實)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산업경제연구소가 발행하는 매체인 '차이나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중국 경제학자 70%가 미·중 무역갈등을 장기적으로 중국 관련 산업의 자주혁신과 구조조정 업그레이드, 기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촉진할 동력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발 보호주의 공세에 맞서 자유무역과 시장 개방을 통해 돌파구를 뚫으려 한다. 중국의 신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앞세워 전 세계 각국, 특히 발전도상국과의 경제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자국 은행·보험업 등 시장 대외개방을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외상투자법도 뜯어 고치고, 지난해부터 매년 국제수입박람회를 열어 전 세계 각국의 물건을 사주겠다고도 선언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6월초 러시아 방문에 앞서 타스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무역전쟁 속에도 경제가 지속가능한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했다.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거대한 노동력과 내수시장 △신흥산업 방면의 활발한 연구개발 △공산당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한 내부 통제력이 중국 경제 자신감의 기반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봉합되더라도 앞으로 미국 등 서방국과의 체제 대결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지구전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중 간 신냉전으로 미국과 중국 경제가 디커플링(단절)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은 두 나라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경제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부강하고 민주적이고 문명화된 아름답고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든다는 중국 공산당의 백년 목표가 건국 70돌에 시험대에 놓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