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 방식으로 제품을 출시, 매출 호조를 보고 있는 패션기업이 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크라우드 펀딩 점유율이 가장 높은 와디즈에서 올 상반기 진행된 패션 프로젝트는 모두 964건, 펀딩 금액은 8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577% 신장한 수치다. 불과 1년 사이 LF,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인더스트리FnC, 잠뱅이 등이 펀딩에 참여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내벤처 브랜드 ‘플립(FLIP)’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플립은 지난해 구스다운 패딩을 펀딩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출시했고, 한 달 만에 목표금액 500만원을 훌쩍 넘긴 2억5312만원을 끌어모았다. 소비자 수요를 제대로 반영했다는 게 이 제품의 핵심이다.
플립은 이번 시즌에도 다시 한번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구스다운 패딩을 띄웠다. 지난 12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하고 있으며, 소재 선정·생산 과정 등을 상세히 공개한 후 미리 주문을 받는다. 프로젝트 성공시 다음 달 21일부터 결제 기간을 거쳐 제품이 발송된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지난번 서포터즈들이 준 피드백을 녹여 한층 발전한 패딩을 선보였다.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크라우드 소싱 형태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판매도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진행하는 특징을 제대로 살린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플립의 성공사례를 발판 삼아 ‘보브 vs 스튜디오 톰보이의 트렌치코트 프로젝트’ 등 다양한 브랜드도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올 가을에는 중국 징동닷컴 내 ‘JD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플립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은 주문 후 생산 방식으로 제품 구매의 정확한 수요 예측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중국 시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징동닷컴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그룹형지의 까스텔바작은 사내벤처 프로젝트 ‘해시태그 C(#C)’를 지난 5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선보였다. #C의 첫 프로젝트는 ‘억압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라’라는 프랑스 68혁명의 시대정신을 담았다. 롱보드 여신으로 불리는 고효주 씨가 스트리트 감성을 불어넣는 크루의 역할로 참여했다. 소비자 공모를 통해 디자인을 선정, 중견 의류기업이 생산을 담당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독특한 형태로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다.
상품은 전문 디자이너가 아닌 소비자 공모를 통해 디자인됐다. #C는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16일까지 약 3주 동안 소비자 공모로 총 83개의 아이디어를 접수, 최종적으로 다운 점퍼와 트레이닝복 상·하의 세트 3개 품목의 제품화를 결정했다. 첫 제품들은 20일 오후 3시 와디즈에서 펀딩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리더 김남재 까스텔바쟉 D2C팀 과장은 “까스텔바쟉의 사내벤처 프로젝트 ’#C’는 소비자와 아티스트 사이에 교류의 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며 “특히 판매 수익의 절반가량을 프로젝트에 참여한 크루, 소비자와 공유하고, 일부는 신진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기금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결정함으로써 아티스트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시작한 ‘커먼마켓’도 펀딩 방식을 도입했다. SNS 인플루언서인 임기용씨와 ‘기글’이라는 브랜드를 지난 2월 선보인 뒤 6월엔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했다. 열흘 동안 목표액수보다 13배 높은 펀딩액수를 모았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후 오프라인으로 역진출한 사례도 있다. LF는 업계 처음으로 클라우드 펀딩 방식의 주문 제작 시스템인 라움에디션 ‘마이슈즈룸’을 운영, 시장성을 검증했다. 2017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시즌1~6까지 진행했으며, 매회 목표치의 세 배가 넘는 주문량을 달성했다. 이윤을 낼 수 있는 최소 생산수량 이상의 주문 건에 대해서만 생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생산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재고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한편 소비자는 재고비용이 제거된 가격으로 가치 있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게 LF 측 설명이다.
LF관계자는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된 마이슈즈룸의 최소 주문 수량은 아이템 당 100개였으며, 매 시즌 아이템당 최소 주문 수량의 3배를 상회했다”면서 “서비스로 생산자와 소비자 쌍방의 효익을 극대화 해 인기를 얻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