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에 엽총 겨눴던 ‘민머리’ 홍콩경찰, 中 CCTV 출연

2019-09-1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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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총들고 시위대 겨냥해 논란..."실탄 아닌 빈백건"

최근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주말 시위가 15주째 일어난 가운데 중국 관영언론이 시위대를 향해 엽총을 겨눠 논란에 휩싸였던 홍콩 경찰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에 당국이 홍콩 경찰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4일 중국 국영 중앙(CC)TV 채널1의 저녁 7시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에 라우 척 케이(류저지) 홍콩 경찰이 등장했다.

CCTV는 홍콩 각계에서 중국의 추석 격인 중추절을 맞이해 홍콩 경찰에 감사와 지지 의사를 보낸다면서 홍콩 시민들과 경찰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라우 경찰은 이날 방송에서 "국가가 강대하고 번영하길 바란다"면서 "홍콩인은 중국인이며, 중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중국인이기에 세계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1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간판 뉴스프로그램에서 '홍콩 시위'를 거론한 게 예사롭지 않다. CCTV는 그동안 웨이보나 속보로 홍콩 시위를 다뤘을 뿐, 메인뉴스에는 자주 언급하지 않았다. 홍콩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언할 때도 짤막하게 보도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홍콩 경찰을 인터뷰한다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이 영상은 지난 14일 웨이보에서 하루 조회 수 23억건을 기록했다. SCMP는 "중국 메인 뉴스에 홍콩 경찰이 등장한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사례"라고 밝혔다.
 

[사진=중국 CCTV 캡처]

라우 경찰은 지난 7월 30일 콰이청 경찰서 앞에서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눠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시위는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던 시위대 참가자 49명 중 44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한 데 따른 것이었다. 분노한 수백 명의 시위대가 경찰서 앞에 모여들자 라우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눴다. 사전 경고도 없었던 데다 그가 든 엽총엔 '고무탄 발사용'이라는 표식이 없어 실탄이 장전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홍콩 경찰측은 라우 경찰이 사용한 총에는 살상력은 낮지만 타박상을 입힐 수 있는 빈백건(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이 들어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홍콩 내 비난 여론은 확산됐다. 

반대로 인민일보,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언론은 이 경찰이 당연한 일을 했다며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시위대에 둘러싸여 생명의 위협을 느낀 라우 경찰이 헬멧까지 잃어버리게 되자 다른 방어 수단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총을 든 것이라고 감싸기도 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라우 경찰을 오는 10월 1일인 건국 70주년 기념행사에 공식 초청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SCMP는 중국이 10월 1일 열리는 신중국 수립 70주년 기념행사에 총 10명의 홍콩 경찰을 초청했으며 이 가운데는 시위대에게 총을 겨눈 '민머리 경찰관' 라우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홍콩 경찰관 이익단체인 ‘홍콩 경찰대원 좌급협회(JPOA)' 치와이 람 회장은 라우가 초청명단에 포함된 것이 맞다면서 단순 격려를 위한 차원일 뿐, 결코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오늘(16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전날 홍콩 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날도 격렬한 충돌이 벌어져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고 지하철역 입구에 방화했고, 이에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맞섰다. 이런 가운데 시위 현장에 한국 배우 김의성이 등장해 홍콩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 44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한다는 경찰의 발표에 분노한 홍콩 시민들이 30일 한 경찰서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자 경찰관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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