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후보들이 혼돈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압도적인 투구를 펼치던 류현진(LA 다저스)이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지며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 가운데 후반기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이 2년 연속 사이영상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ESPN은 10일(한국시간) “좌완 류현진이 최근 부진하면서 NL 사이영상 경쟁이 다시 가열됐다”며 “지난해 NL 사이영상 수상자인 우완 디그롬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ESPN은 디그롬을 한껏 띄우며 팀의 열악한 상황을 근거로 꺼내들기도 했다. 이 매체는 “디그롬은 팀 타선과 불펜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디그롬이 올해 10승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사이영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SPN은 이날 디그롬이 선발 등판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 전에 내놓은 전망이다.
디그롬은 이날 경기 전까지 8승 8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 중이었다.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4승 1패 평균자책점 1.91로 빼어났다. 류현진과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 등 사이영상 후보들이 후반기 주춤한 사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디그롬은 지난해에도 10승(9패)을 겨우 채우고 평균자책점 1.70을 기록해 NL 사이영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실 후반기 활약 여부를 제외하면 디그롬은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그저 그런 기록이었다. 디그롬은 탈삼진 220개로 2위에 올라 있지만, 승수가 적고 평균자책점도 5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ESPN은 “류현진은 삼진이 적고, 슈어저는 한 달을 쉬었고, 스티븐 스트래즈버그(워싱턴)는 평균자책점이 너무 높다”고 지적하며 디그롬의 사이영상 수상에 무게를 실었다.
올 시즌 22경기에서 압도적인 투구를 펼친 류현진은 최근 4경기에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어도 평균자책점 2.45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삼진이 142개에 그쳐 NL 공동 26위에 그ㄴ친 것이 아쉽다.
평균자책점 2위(2.56점)의 슈어저는 부상으로 이닝 수를 많이 소화하지 못해 후보로 꼽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 NL 다승 공동 1위(16승 6패)이자 탈삼진 단독 1위(222개)인 스트래즈버그는 평균자책점이 3.50으로 너무 높다.
하지만 이날 끝난 애리조나전에서 디그롬이 후반기 상승세를 이어가며 ESPN의 전망에 결을 맞췄다. 디그롬은 7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1실점으로 막아 시즌 9승(8패)을 달성했다. 디그롬은 탈삼진 231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섰고, 평균자책점도 2.70으로 내려 4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디그롬이 남은 경기에서 10승 고지에 오르면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류현진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추석 연휴 기간 휴식에서 돌아올 류현진이 압도적인 호투로 강렬한 마무리를 해야 눈 돌린 여론을 다시 제자리로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