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갈현1구역, "컨소불가 명기, 한남3구역은 됐는데 우리는 왜 안되나?"

2019-09-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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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전경.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컨소시엄 불가’ 조항 입찰공고 명기를 놓고 내부 갈등이 진행 중이다.[사진=최지현 기자]


#.“컨소로 가면 주민들은 말 그대로 다 쫓겨난다. 이주비가 제대로 안 나오거나 공사가 지연돼서 분담금이 늘어나면 그저 팔고 나가게 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다.”(서울 은평구 갈현동 주민 이모씨)

9일 방문한 서울 은평구 ‘갈현1재개발구역’에서 시공사 컨소시엄 문제는 모두의 공통된 관심사였다. 시공사 입찰공고 중 ‘컨소시엄 불가’ 조항 명기를 놓고 조합 내부 갈등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한남3재개발구역'의 ‘컨소시엄 불가’ 조항 명기 결정으로 두 조합의 선택이 엇갈리자 갈현1구역 조합원들의 한숨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조합원들이 활동하는 SNS 모임에는 “자고 싶어도 잠이 안 온다. 사람들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n***), “조합장과 이사진 모두 각성해야 한다”(g***), “한남3구역은 되고 더 열성적인 갈현1구역은 왜? 부러움과 분노가 교차하는 밤이다”(s***) 등 집행부를 향한 한탄 섞인 반응이 빗발치고 있다.
 

이날 방문한 중개업소마다 ‘컨소 불가 서면 결의 운동’과 관련된 조합원들의 전화와 방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달 16일 조합의 시공사 입찰공고에 반발해 일부 조합원들이 조직한 후 같은 달 26일 시공사 현장설명회 당시 결의서 700여장을 조합에 제출한 바 있다.

조합원 성모씨는 "조합원들이 이렇게 원하는데 왜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 다른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단지 조합원들이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 것“이라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어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고 서명을 받는 것은 집행부가 하는 일인데 생계가 바쁜 주민들이 오죽 답답하면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나섰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박모씨 역시 "조합원 SNS 모임이 6개인데 '컨소 불가, 단독 시공'은 모두의 공통분모“라면서 "사업 지연 없이 컨소 불가만 적용해달라는 것이다. 결의서도 의견 전달용으로만 쓰고 공개적으로 소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NS 조합원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조합원 최모씨는 "분위기가 매우 예민하다. 조합원들은 시공사를 믿을 수가 없기에 입찰공고에 확실히 컨소 불가를 표기해달라는 것이다“라고 조합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집행부의 의지만 있다면 법적 문제도 없고 공문 발송만 하면 되기에 10일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 운동은 1000장이 넘는 결의서를 받아 놓은 상태다. 전체 조합원의 50% 이상인 1500명의 결의서 제출을 목표로 매주 토요일마다 갈현1동 주민센터 앞에서 조합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조합 사무실' 앞 '갈현1구역 컨소불가 서면결의 운동' 모습.[사진=갈현1구역 컨소불가 서면결의 운동 제공]


한편 길어지는 조합원 갈등에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J중개업소 관계자는 “똘똘 뭉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조합에 오해가 깊어져서 걱정”이라면서 “갈현1구역은 서울에서 사업 진행도 자꾸 밀리고 외면 받는 지역인데 지금 사람들 눈이 한남3구역에 모두 집중돼서 이번에도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합집행부는 ‘컨소시엄 불가’ 조항이 향후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명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국형 갈현1구역 조합장은 “혼란을 국토부에서 바로 잡아주면 좋겠지만 답변 부서에 따라 정확한 답이 딱 나오지 않는다”면서 “한남3구역처럼 시공사 5~6곳이 입찰했다면 이합집산이 가능한데 3곳밖에 입찰하지 않아 비교적 컨소 입찰 우려가 적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감으로 조합원들의 오해가 많은 것 같다. 조합원을 대표하고 사업을 책임지는 집행부를 믿어달라. 문제가 있다면 조합 사무실로 문의해달라”며 소통의 의지를 보였다.
 

9일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전경.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컨소시엄 불가’ 조항 입찰공고 명기를 놓고 내부 갈등이 진행 중이다.[사진=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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