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분양가 상한제…서울 부동산 시장 혼란 가중

2019-09-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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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의견 합치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장 불안감 증폭

재건축 시장은 진정됐지만 일반 아파트, 역세권 단지 등 저평가 단지 위주로 반사이익 입으며 상승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두고 정부 부처 간 엇박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 부동산 시장 혼란도 함께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서울 집값 진원지로 지목한 강남 재건축 시장은 점차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밖의 주택군 및 강북 일대는 향후 대책 시행 불확실성, 매수심리 자극 등을 이유로 오히려 거래가 증가하며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줄곧 하락세에 머물렀던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 7월 1일 하반기 시작과 함께 상승 반전에 성공하며 9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12일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방안을 발표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19일 0.02%로 잠시 오름세가 주춤하는 듯싶었지만 이내 매수세가 증가하며 26일 0.03%를 기록, 상승폭이 재차 확대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값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어서란 분석이 업계 및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대해 정부 부처간, 당정간 의견일치를 못해 혼선을 빚고 있다.

실제로 분양가 상한제를 둘러싼 이견은 방안 시행 전부터 있어왔다. 분양가 상한제는 발표를 불과 1주일 앞둔 시점까지도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 여권 내부 의원들의 상한제 반대 의견 등으로 시행이 원활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시행 이후로도 상한제에 대한 속도 조절론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방안 발표 직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및 경제 상황을 고려해 민영주택에 적용하는 상한제 조치는 부처 간 판단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제도 속도 조절을 시사했고, 이에 대해 국토부는 예정대로 방안이 시행될 것이라고 대응하는 등 부처 간 의견 합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는 시행 파급력을 감안하면 어떤 부동산 대책보다도 시장에 미치는 순기능, 역기능이 매우 큰 대책이다. 방안 발표 전 찬반에 대한 논란이 일단락됐어야 하는 대책"이라며 "당정뿐만 아니라 부처 간 의견 충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 자체가 시장 수요층에게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상한제와 함께 서울 주택 시장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잠재적 수요층의 매수 심리까지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상한제 발표 이후 강남권은 정부 의도대로 재건축 매수세가 줄었다. 하지만 오히려 강남권 일반 아파트 및 역세권 주택은 풍선효과가 발생하며 매수세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강북 지역은 보다 수요층이 공고하게 형성되는 분위기다. 강북 11개구 주간 아파트값은 7월 1일부터 15일까지 0.01%, 같은 달 22일부터 29일까지 0.02%를 기록한 후 지난달 5일부터 계속 0.03%로 점진적인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혼부부가 거주하기 편리한 단지, 직주근접에 유리한 단지, 정비사업 및 개발호재가 예상되는 단지 위주로 집값이 꾸준히 오르는 탓이다.

종로구 내수동 일대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이야 재건축이라는 확실한 정부 규제 타깃이 있어 피해를 볼지 모르지만, 강북은 지역별 호재도 천차만별이고 다양한 수요층이 공존하는 등 대책을 상쇄할 수 있는 대체 요소가 많다"며 "게다가 강남권에 비해 저평가된 단지가 많다보니 강남권 거주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문의가 역으로 늘고 있는 점도 오름세에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분양가 상한제 발표가 오히려 서울 일대 수요층의 매수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며 "과거 상한제 시행에 따른 학습 효과로 서울 일대 물량 감소, 신축 아파트의 시세 상승 등을 예측해 매수 타이밍을 앞당기는 수요층도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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