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104.85) 대비 0.0% 상승률을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로 지금까지 가장 낮은 0.0%를 기록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0.038%로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해 악화된 기상여건과 달리, 올해 온화한 기상 덕분에 농·축·수산물 가격이 하락했으며 국제유가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해석이다.
올해 기상여건이 양호한 가운데 농산물 생산량이 늘어나 농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11.4% 낮아졌고, 전체 물가도 0.53%포인트 낮췄다. 축산물 가격은 2.4%, 수산물은 0.9%씩 하락하며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는 7.3%가량 낮아졌다.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한시 인하 등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도 6.6%나 내렸다. 전체 물가를 0.30%포인트 끌어내린 요인이다.
다만, 정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없다"며 일축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협의회를 열고 "농산물 및 석유류가격 하락 등 공급측 요인의 일시적 변동성 확대 영향"이라며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심상치 않은 경기 상황 속에서 2분기 경제성장률마저 하향 조정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9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459조8134억원(계절조정계열)으로 집계됐다. 1분기 GDP인 455조810억원보다 4조7324억원(1.04%) 증가했으나 실질 GDP 증가율은 지난 7월 발표된 1.1%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하향 조정된 것은 6월의 경제활동 자료가 추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다소 설비투자(+0.8%포인트)가 상향됐으나 정부소비와 총수출이 각각 0.3%포인트씩 가라앉은 영향이 컸다.
소비자·수출·수입물가지수 등의 종합물가지수 개념인 'GDP 디플레이터'는 -0.7%를 기록했다. 2006년 1분기(-0.7%) 이후 최저 수준이다.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분기(-0.1%), 올해 1분기(-0.5%)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며 저물가 시대를 알렸다.
기재부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디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에 대한 평가를 할 정도는 아니며 향후 경기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며 "확장적 재정 투입과 함께 연말 들어 수출 여건이 다소 풀리게 되면 경기 상황도 양호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