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 해도 포르투갈에서는 인구 유출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경제 위기로 고전하던 2011~2014년 사이 포르투갈을 떠난 사람만 5만명에 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극심한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고급 기술을 연마한 젊은층이 조국을 등지고 해외로 이주한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2017년 기준 포르투갈 인구는 1029만1027명. 이가운데 해외에서 온 이주자가 570만명에 달했다. 인구 절반 이상이 이민자인 셈이다.
이민자가 급증한 요인 중 하나는 관광 친화적 환경 정비와 개방적인 비자 제도가 꼽힌다. 이른바 '골든비자(golden visa)'가 대표적이다. 골든비자는 포르투갈 국내 투자를 최소 5년간 유지하는 조건 아래 외국인에게 장기 거주를 허가해주는 제도로 2012년 도입됐다. 투자 요건은 △50만 유로 이상 부동산 매입 △100만 유로 이상 자본 이동 △일자리 10개 이상 창출 등이다.
포르투갈에서 골든비자를 받으면 유럽연합(EU) 역내 국가를 별도의 비자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몇 년 뒤 조건만 충족하면 시민권도 받을 수 있다. 포르투갈 시민이 되면 EU 역내국가 어디서든 정착하고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대규모 자금이 오가다 보니 골든비자가 돈세탁과 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포르투갈 내 외국인 투자 증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FT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지난해에만 32억5000만 유로(약 4조3208억원) 상당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했다. 투자 건수만 3년 전보다 161% 증가했다. 유럽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경제지표도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포르투갈 통계청(INE)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포르투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8%로, 전년 동기 대비 0.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2.8%로 나타났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2분기 GDP가 2.1%에 머무른 것과 상반된 행보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치안이 좋다는 점도 포르투갈에 대한 이주 매력을 높이고 있다. 포르투갈은 올해 국가별 사회 안전망과 치안 수준 등을 평가하는 '국제평화지수'에서 전년 대비 2단계 상승해, 아이슬란드와 뉴질랜드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포퓰리즘과 극단적인 경제 위기 등으로 치안이 불안한 브라질, 스페인 등 주변 국가들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등 유럽 역내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도 부유층의 포르투갈 이민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것도 매력으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달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 등급인 'Baa3'으로 상향 조정했다. 경제전망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였다. FT는 "공공부채가 GDP 규모를 훌쩍 넘는 상황에서 안토니오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의 고민은 여전할 것"이라며 "다만 정치적 안정이 투자자들의 이주와 투자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다른 유럽 지도자보다는 낙관적일 것이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