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효성그룹의 소재 경쟁력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한일 무역분쟁으로 많은 대기업이 소재 수급을 고민하는 가운데 효성은 극일을 넘어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며 뛰고 있다. 3년 만에 1조클럽 재진입을 노리는 효성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탄소섬유’ 산업에서 글로벌 톱3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앞으로 10년간 총 1조원을 투자할 것을 밝혔다.
특히 탄소섬유는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국내 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이번 투자 계획은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효성은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현재 연 2000t 규모(1개 라인) 탄소섬유 생산 능력을 2만4000t(10개 라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1차 증설이 진행 중으로 2028년까지 10개 생산라인 증설이 모두 끝나면 현재 11위(2%)인 글로벌 점유율이 3위(10%)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업계 관계자들은 효성이 신소재 분야에서 세계 1등이 가능한 이유로 조 회장의 뛰어난 리더십을 꼽는다. 그의 강한 승부욕, 어학실력, 네트워크(해외 인맥) 등이 효성의 외형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1968년 경남 함안군 출생의 조 회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중학교 졸업 뒤 유학을 떠나 미국 세인트폴고교를 거쳐 예일대학교 정치학과와 게이오대학교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일본 도쿄의 미쓰비시상사(1992년), 모건스탠리 도쿄지점(1995년)을 거쳐 효성이 입사했다. 입사 후에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섬유PG장을 맡았으며 전략본부장과 정보통신PG를 겸임했다.
그는 승부욕이 강한 만능 스포츠맨으로 정평이 나있다. 고교시절에는 동양인 최초로 야구팀 주장을 맡는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인맥을 다졌다. 예일대 시절에도 야구와 미식축구 교내 대표선수로 뛰기도 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7년 취임식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회사의 조직문화, 비전을 스포츠에 빗대어 말할 정도로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조 회장은 남다른 국제적 감각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영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등에 능한 그는 어학실력을 바탕으로 국제적 감각을 키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한·일 경제인협회 부회장을 맡는 등 특히 일본에 능한 ‘일본통’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밖에도 건축과 미술에 조예가 깊은 조 회장은 이탈리아의 바티칸박물관 복구 작업, 한옥 살리기 운동, 문화재 보호단체인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운영회 이사로도 활동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진출에 열을 올리던 2000년 조 회장은 베트남을 새 투자처로 점찍고 법인을 세우며 진출을 본격화했다. 일찍부터 진출해 입지를 다진 효성의 베트남 법인은 효성의 글로벌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에는 베트남법인 바로 옆 부지에 효성 동나이법인을 설립해 효성티앤씨 스판덱스와 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 생산의 중심지로 키워냈다.
지난해 2월에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베트남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하며 효성화학의 프로판 탈수소화 공정(PDH) 시설을 지어 폴리프로필렌 생산기지를 세우기로 했다.
조 회장은 인도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시장에 일찍부터 진출해 입지를 다진 뒤 새 시장으로 발을 넓혀 신흥시장 선점을 노리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조 회장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직접 만나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공장을 짓기로 확정했다. 올해 공장이 완광되면 효성티앤씨 스판덱스의 인도시장 점유율이 60%에서 7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도 조 회장은 지난해 지주사 전환 이후 중국 위안자쥐 저장성장, 중국 천구루이 선전시장, 베트남 브엉 딘 후에 경제부총리 등과 만나 상호협력을 논의하는 등 효성의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한 광폭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조 회장은 효성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사업 분야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2015년 3월 전략본부 아래 미래전략실을 만들고 산하에 신사업팀을 신설하는 등 에너지저장장치(ESS), 핀테크 분야 육성에 힘쓰고 있다.
조 회장은 연예와 엔터테인먼트사업, 스포츠매니지먼트사업, 게임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의 신사업 육성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갤럭시아 소그룹이다. 갤럭시아그룹은 효성그룹 안에 있는 또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조 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르는 등 친정체제를 갖춰놓은 IT계열사들이 주로 포진해 있다.
효성은 지난 2017년 1조 클럽에 입성 후 부진한 실적을 이어왔다. 지난해 6월 지주사 체제를 확립한 효성은 연결 자회사들과 사업회사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대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