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덴마크는 훌륭한 사람들이 사는 매우 특별한 나라지만, 그린란드 매매 논의에 관심이 없다는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의 발언에 근거해 나는 2주 뒤로 잡혀 있던 우리의 만남을 다른 때로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어 그는 "총리가 이처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줌으로써 미국과 덴마크 양쪽 모두 노력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이 점에 대해 총리에 감사하며 일정을 미래 언젠가로 재조정하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마가렛 2세 여왕의 초청을 받아 오는 9월 2~3일 덴마크에 국빈방문(state visit)할 예정이었다. 로이터는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방문 일정을 취소한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프레데릭센 총리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매에 거부 의사를 확실히 표명한 뒤 나왔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최근 미국이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이 있다는 소식과 관련, 현지 언론을 통해 "그린란드는 파는 게 아니다. 나는 이것(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이 진지한 의미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그린란드 매입에 무척 진지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린란드 매입 논의를 할 수 없다면 프레데릭센 총리와의 만날 이유가 없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는 데는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라는 게 주요 외신의 분석이다. CNBC는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새 북극항로가 개발되고 있으며, 그린란드에 석탄, 구리, 철광석 등 천연자원 매장량이 막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그린란드에 거대한 양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희토류는 휴대전화, 컴퓨터 등 첨단 사업 분야에 필요수적인 물질이다. 미국의 중국 의존도가 80%에 육박하는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이 희토류 공급 중단을 무기로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린란드가 러시아의 군사 야욕이나 중국의 북극적 진출을 견제할 수 있는 군사적·지리적 요충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점을 감안해 그린란드 매매가를 1조1000억 달러 이상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뜬금없고 일방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는 미국 현지에서조차 비난과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을 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사적 이익과 맞물려 있을 것이라는 의심도 적지 않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10년 뒤 그린란드'라는 문구와 함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황금색 트럼프타워가 들어선 합성사진이 널리 퍼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이 사진을 리트윗한 뒤 "약속하건데 그린란드에 이런 짓을 절대 하지 않겠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