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여전한 민간외교 역량…美 대사 10대그룹 조찬 가교

2019-08-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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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한경연과 정책 간담회 개최…'문패싱'에도 전경련 위상 발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사진 가운데)가 지난해 10월 18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0차 한미재계회의에서 기조강연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당시 한미재계회의 회장이던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데일리동방]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10대 그룹 비공개 조찬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다리를 놓으면서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20일 오전 삼성・LG・SK・현대차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10대 기업 관계자와 비공개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4대 그룹 관계자는 “한미일 동맹체제에 문제 생기지 않게 미국이 노력하겠다며 기업인들을 안심시키는 내용이었다”고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비공개 조찬은 28일로 예정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미국이 중재자 역할에 나섰다는 관측을 낳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찬밥 신세가 된 전경련의 민간외교 역량이 이날 조찬으로 부각됐다.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주도 전력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노골적인 냉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청와대 신년회, 여당 주최 경제단체장 신년 간담회에서 늘 소외 당했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2017년 탈퇴했다.

전경련이 연락한 10대 그룹에 이들 4개사가 포함된 점을 볼 때 민간 경제외교에서 전경련의 위상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미국과 한국 기업 간 협력창구는 전경련이 관장하는 한미재계회의를 통해 이어져왔다. 회의는 1988년 이후 민간 차원 최고 경제협력 논의기구 역할을 해왔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근까지 회장을 맡았고 지난해 10월 30차 회의가 열렸다. 양국 참석자들은 관세폭탄으로 불리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를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적용하지 말라고 미국에 요구하기로 했다. 해리스 대사도 이날 참석해 기조강연했다.

전경련은 일본 재계와의 소통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전경련은 4월 한일관계 진단 전문가 긴급좌담회를 열고 위기신호를 보냈다. 최근에는 일본 무역보복과 대책 관련 토론회도 이어가고 있다. 11월에는 일본 경단련과 도쿄에서 ‘한일재계회의’를 연다.

전경련의 민간 외교 역량은 지난 3월 벨기에 필립 국왕 초청 국빈 만찬 때도 증명됐다. 당시 허창수 회장은 GS가 아닌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만찬에 초대됐다. 벨기에 경제인연합회가 전경련과 비즈니스포럼을 공동개최한데다 국왕 일정에 포럼이 포함돼 청와대가 어쩔 수 없이 허 회장을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초대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전경련의 민간 외교 역량이 이날 조찬으로 이어져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줬다는 해석에 대해 재계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조찬을 전경련의 영향력과 연관지어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전경련 측도 비공개 조찬에 대한 해석에 의미를 덧붙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과 경제 현안에 대한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여당이 문 정부 이후 처음으로 한경연과 대화를 가졌다는 점에서 현 정권도 전경련의 경제외교 역할 수행 기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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