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2 분양가 상한제 발표] 베일벗은 분양가상한제..."일시적 주택시장 안정 기대"

2019-08-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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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당정협의 참석한 김현미 장관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으로 과열된 주택시장이 일시 안정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의 바로미터인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을 정조준한 대책이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12일 발표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이후 집값 전망과 관련 주요 쟁점별 전문가 분석 및 정부 입장을 들어본다.

◆ 집값 안정 효과?..."단기적으로는 그럴 것"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실수요자가 부담 가능한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토록 하고 주택 시장 전반의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를 돌아볼 때 서울 집값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2007년~2014년) 안정세를 보였고 분양가 규제가 자율화된 2015년 이후 과열됐다는 것이다.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이뤄질 경우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정부 전망이다. 정부는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계획에 따라 서울 내 4만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며, 기존에 조성된 택지를 활용하고 도시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공급을 확대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 대다수는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란 입장을 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센터 부장은 "이제 막 분양을 앞둔 단지들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며 "(이번 발표가) 일시적으로는 과열된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은 재개발·재건축 가격이 계속 올라도, 비싸게 산 만큼 비싸게 분양해서 조합 부담을 줄이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분양가상한제란 캡이 씌워진 이상 수요자 입장에서 보다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정비사업장 중에서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수익성 감소로 인한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잠잠해짐에 따라 기존 아파트 시장도 한풀 꺾일 거란 전망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대체로 수도권 집값은 재건축의 영향을 받는다"며 "향후 (재건축) 가격이 오를 거란 기대감이 떨어지면 기존 아파트로 투자하려는 심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수요자들의 관심이 단기적으로 신축아파트나 일반 아파트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으나 거래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며 "기존 아파트를 굳이 사지 않고 저렴한 분양가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관망수요가 증가하는데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 대출규제 등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참여자들이 분양가상한제를 공급부족 신호로 강하게 받아들인다면 흐름은 다소 가변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안 부장은 신규 입주 단지 위주로 가격이 오를 개연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출 규제가 강력한 상황인 만큼 전세가율이 높은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우회적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시장의 풍부한 유동자금에 따른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시중의 풍부한 부동자금을 고려할 때 주택 가격을 끌어내릴 정도의 파괴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이 일시적 집값 안정을 획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습효과 때문에 '도루묵'이 될 수 있을 거란 우려도 나왔다. 임 연구원은 "어느정도 정책의 효과가 다했다는 인식이 퍼지면 매수세가 살아날 수 있다"며 "9.13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도 몇 개월간 시장이 잠잠했지만 다시 가격이 오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안정적 주택 공급?...장단기 전망 엇갈려

정부는 일각에서 불거지는 신규 주택 공급 축소 우려에 대해서도 "부담 가능한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돼 내집마련이 쉬워질 것"이라 단언했다. 2007년 분양가 상한제 시행 후(2008~2009년) 서울 인허가 감소는 금융위기, 상한제 시행 전 밀어내기식 인허가에 따른 기저효과일 뿐, 금융 위기 충격이 완화된 2010년부터는 상한제 시행 상황에서도 상한제 이전 수준으로 충분한 물량의 인허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과거 상한제 시행 시기(2007~2014년)에도 정비사업 인허가 물량은 연평균 2만1000가구로 2006년(1만5000가구)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쟁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장단기 전망이 엇갈렸다. 임 연구원은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일반분양을 앞둔 단지들이 분양을 안 할 순 없다"며 "계속해서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기 단계 정비사업장의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지면 장기적으로는 공급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 위원은 "일부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 및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 리모델링으로 선회할 것"이라 점쳤다.

전매제한 강화, 의무거주기간 도입 등으로 공급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안 부장은 "못 팔게 하면 시장 매물 잠김 효과가 두드러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집값 안정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합리적 가격으로 소비자 권리 높인다?..."'로또분양' 양산 우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분양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사위원회의 분양가 심사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분양가격 세부 항목 공시, 분양가 심사 내실화와 함께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합리적인 분양가 설정이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합리적인 분양가란 결국 '로또분양'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안 부장은 "전매제한 기간에 팔지 못한다고 해서 아파트값이 안 오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청약시장은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매제한 강화, 의무거주기간 도입 등이 변수로 작용해 '묻지마청약'이 이어지진 않을 거란 관측도 있었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분양가가 저렴해지면 청약 경쟁률은 높아지겠지만, 전매제한이나 거주요건이 강화한 만큼 청약시장 진입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무주택, 실거주 수요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봤다.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이 임대시장에 잔류해 임대료가 오를 거란 관측도 따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저렴한 공급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자로 인해 임대시장 임대료 상승이 예상된다"며 "제도의 부정적 측면"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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