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SK 맞손'…관건은 '대기 오염'

2019-08-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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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수조원 퍼붓는 SK그룹…도심 허파 '차단 녹지대' LNG복합발전소 건립계획까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업의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전략,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모습.[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방어진을 중심으로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울산이 산업도시로 성장하게 된 것은 군사정부가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발표한 이듬해인 1962년 1월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다. 당시 정부가 항만 건설과 도시 기반 시설 건설을 지원하면서 1963년 9월 울산항이 국제 개항장으로 지정됐다. 이를 기반으로 울산에 자리를 잡은 기업이 현대와 SK(당시 선경)다. 

정주영 회장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공장을 울산에 두면서 '울산하면 현대'로 일컬어지고 있지만, 정작 현대와 SK가 울산에 진출한 시점은 거의 비슷하다. 현대자동차가 1968년 울산공장을 착공한 이듬해(1969년)에 SK는 선경합섬 울산공장을 설립해 울산의 터줏대감 노릇을 시작한다. 울산미포국가산단과 석유화학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화학산업을 주 동력으로 삼은 결과다. 
이처럼 현대 못지 않게 '산업수도' 울산 건설에 큰 영향을 미쳐온 SK가 최근 몇년 사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의 모멘텀을 옛 고향에서 찾기 위해 울산에 집중하고 있다. 최태현 회장이 1980년 대한석유공사의 유공 인수와 1991년 울산컴플렉스(CLX) 준공으로 이어지는 SK의 성장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환경이다. SK는 아예 1960대 후반 석유화학산업단지 설립 당시부터 도심으로 넘어오는 오염원을 최소화, '도심 허파'라로 불리는 여의도 공원의 3배에 해당하는 '차단 녹지대'를 평지로 밀어버리고 이곳에 가스복합발전소를 건립할 기세다. 도심에 추진되는 LNG복합발전소가 전국 지자체 곳곳에서 비토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채로운 점은 울산시의 반응이다. 울산시의 산하기관인 울산도시개발공사가 쌍수를 들고 이 사업을 거들고 있다.

SK, 최근 2년새 3조원 규모 사업 발표·추진
울산CLX 부지 한계에 '차단 녹지'까지 넘봐


울산의 환경단체들은 "도심 주거지역으로 날아오는 것을 막아주는 마지막 보루가 없어질 상황에 직면했다"며 "도저히 우리 힘만으로는 힘들다"고 지역의 환경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과연 SK는 현재 울산에서 어떤 일들을 벌이고 있는 걸까.

SK는 지난 1997년 선경그룹이 영문 이니셜을 따 바꾼 이름이다. (2007년 7월 SK그룹의 지주회사로 SK가 출범함으로써 기존에 석유사업을 담당하던 SK㈜가 사업회사 SK에너지㈜로 사명을 변경하였다. 2011년 1월 SK에너지㈜가 SK그룹의 중간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 하부 사업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가 1960~70년대 투자했던 사업기반을 토대로 울산 경제를 움켜쥔데 반해 SK는 최근 몇년 사이 국제 에너지 환경 변화에 맞춰 에너지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최근 1~2년 발표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사업 투자액이 3조원을 넘을 정도로 천문학적 규모다. 

SK의 울산 터전은 여의도 면적 3배 규모인 826만㎡(약 250만평)인 SK 울산CLX다. 이곳에는 크고 작은 정유‧화학공장 50여개로 꽉 차있다. 더 이상 공장을 지을 공간이 없어진 SK에너지는 수송 비중이 적은 철도 운송을 중단키로 결정, 한국철도공사와 협의를 거쳐 울산CLX 안에 있는 장생포역을 지난해 12월 폐쇄했다. SK에너지는 이 곳에 1조원을 투입, 올해부터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를 건립하고 있다. 

또다른 에너지 계열사인 SK가스의 가스화학 자회사 SK어드밴스드는 올해부터 2021년 완공 목표로 5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40만톤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립중이다. 투자금 마련을 위해 SK가스는 21일 중국 가스회사 차이나가스홀딩스의 지분 0.99%를 1763억 원에 모두 매각했다.

SK어드밴스드의 지분 45%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인 SK가스의 울산 폴리프로필렌 공장 구축은 시작에 불과하다. SK가스는 최근까지 지분 구성에 어려움을 겪던 동북아오일허브 1단계 사업(북항사업)에 25% 지분으로 최종 참여키로 결정했다. 전담 특수법인 KOT(코리아오일터미널)가 구성된 지 6년 만이다.

SK가스가 '오일허브'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업 범위가 석유제품 위주에서 LNG 복합으로 변경된 덕분이다. SK가스가 확보할 지분은 전체의 25%로 420억원이다.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은 남항 2단계 사업과 맞물려 있어 SK가스의 연계 투자는 계속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같은 초대형 사업판을 울산에서 벌이고 있는 SK가스가 결국 '최악의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있는 울산지역민에게 '환경이냐 경제냐'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카드를 내밀었다. 환경단체는 지역민의 아킬레스 건을 건드리는 사업으로 간주하고 있어,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최대의 환경 논쟁이 벌어지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 

'공업도시'로 지정된 울산이 치른 대가 '최악 환경'
SK, '도심 허파' 녹지대까지 LNG복합발전소 추진


SK는 울산에 1조5200억원을 들여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지 인근 부곡·용연지구 60만4000여㎡에 가스복합발전소와 에너지저장장치를 추진하고 있다. 2021년 착공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이 발전소는 LPG나 LNG(액화천연가스)를 동력원으로 움직이는 1기가와트(GW) 규모 발전설비로, 전력 생산량이 원전 1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SK가스는 당초 당진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대책에 따라 가스복합발전소로 계획을 수정했다. 울산시의 산하기관인 울산도시개발공사가 스스로 '도심 허파' 역할을 하는 울산지역 마지막 '차단 녹지대'를 밀어버리면 부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에 이곳에 SK에너지 석유화학공장을 건설하려다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물러선 SK로서는 울산시가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상황을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SK가스의 복합발전소가 들어서는 부곡·용연지구는 석유화학공단와 도심 중간에 위치해 있어, 지난 1962년 공업도시로 지정된 이후 울산시민들이 치러야 했던 대기 오염을 그나마 최소화해 준 숲지대다. 그나마 울산시는 악화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다며 수천억원의 돈을 들여가며 1000만 그루 나무심기와 '도시 숲' 조성사업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울산도시개발공사는 SK가스와 S-oil(에스오일) 등에 분양키로 협약을 맺은 뒤 주민들의 반발 속에 환경영향평가 준비 작업을 서두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결사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향후 지역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앞으로는 도시 숲 필요성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 대기업에 팔아먹겠다는 이중적 행태를 울산시가 보이고 있다"며 "SK 또한 최태원 사장이 최근들어 '사회적 가치 창출'을 표방하면서 지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 SK 관계자는 "LNG복합발전소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정책에 따라 (상대적이나마) 친환경적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며 "울산지역 부지로 활용되는 곳을 대체하는 녹지대가 추진되면 환경단체가 걱정하는 지역 환경위기는 과장된 얘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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