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통상갈등이 수출에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는 데다 오는 10월에는 소비세율 인상도 앞두고 있어 하반기 일본 경제는 안심하기 어려워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9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을 발표했다. 이 기간 일본 GDP는 전분기 대비 0.4% 증가하면서 연율 1.8%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로써 일본은 3분기 연속 성장 흐름을 이어가게 됐다.
전문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였다. 앞서 로이터 사전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2분기 GDP가 전분기비 0.1% 증가해, 연율 0.4%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었다.
소비와 투자 증가가 2분기 경제를 뒷받침했다. GDP의 약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전분기비 0.6% 늘었다. 5월 초 새 일왕 즉위와 연호 교체 속에서 들뜬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를 띄운 것으로 풀이됐다. 또 오는 10월 소비세율이 8%에서 10%로 인상되기 전 소비자들이 자동차나 에어컨과 같이 목돈이 들어가는 제품 구입을 서둘렀다는 분석도 나왔다.
설비투자도 전분기비 1.5% 늘어나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0.8% 증가율을 웃돌았다. 일손 부족에 직면한 일본 기업들은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자동화 설비에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이로써 일본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기대를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가게 됐다. 1분기에도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런 추세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신케 요시키 다이이치생명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2분기 성장 호조에 웃을 때가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더 큰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이 소비 심리를 냉각시키고 미·중 무역갈등이 기업 신뢰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2분기 개인지출 증가에 미래 소비를 끌어온 효과가 반영된 만큼 앞으로 내수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과거에도 일본에서는 1997년(3→5%), 2014년(5→8%) 소비세율 인상 때마다 내수 부진에 경기침체가 일어났다.
대외 수요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우려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2분기에는 수출이 전분기 대비 0.1% 감소하고 수입은 1.6% 늘어나면서 성장률을 0.3%포인트 갉아먹었다.
일본의 수출은 지난 6월까지 7개월 연속 줄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 중국와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일본이 7월부터 시작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는 일본 수출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전쟁으로 번지는 미·중 갈등이 안전자산 쏠림을 부추겨 엔화 강세가 심화하면 수출이 더 큰 압박에 놓일 수 있다. 엔고는 일본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지난달 말 109엔에 가까웠던 엔·달러 환율은 9일 현재 간신히 106엔을 지키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마스지마 유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의 재정 부양과 소비세율 인상을 앞둔 막판 소비 증가가 3분기(7~9월) 경제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종 성장률은 미국의 보호무역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달려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대외 수요에 악재임이 분명하다"고 짚었다.
지난 7월 내각부는 수출 부진을 이유로 내년 3월까지인 2019/20 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