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Chimera)는 머리는 사자,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 또는 용의 모습을 한 그리스 신화 속 복합괴물이다. 그리스어로는 키마이라라고 하는데 작은 암염소라는 의미다. 호메로스는 일리어드에서 키메라를 “앞쪽은 사자, 중간은 염소, 뒤쪽은 큰 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입에서 불을 뿜어낸다”고 묘사했다. 키메라가 가진 세 개의 머리(사자,염소,뱀) 중 사자 머리가 불을 내뿜어 가장 위험하며 날개에 상관없이 날 수 있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의하면 키메라는 반인반수의 괴물인 티폰과 에키드나 사이에서 태어난 불사의 존재다.
널리 알려진 키메라의 모습은 1533년 이탈리아 아레초에서 발견된 청동상으로 피렌체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신화에 의하면 키메라가 살았다는 리키아왕국은 오늘날 터키 남서부에 위치한 안탈리아 지방이다. 그곳에는 실제 키메라라고 불리는 화산이 있는데 산 꼭대기에는 지금도 천연가스로 인한 불길이 계속 타오르고 있다고 한다. 아득한 옛날, 이 산의 정상 부근에는 사자무리가 살았고 중턱의 목초지에는 염소떼, 산자락은 뱀의 소굴이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화산을 보고 키메라를 상상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키메라가 최초로 등장하는
키메라가 최초로 등장하는 시기는 히타이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히타이트에서 키메라는 계절을 나타내는 성스러운 동물로 여겨졌는데 사자는 봄, 염소는 여름, 뱀은 겨울을 나타낸다고 한다. 로마시대에는 키메라를 기독교의 비밀스런 상징으로 쓰기도 했다.
키메라가 불길을 내뿜어 사람과 짐승을 죽이고 농작물과 숲을 태우는 등 많은 해를 끼치자 리키아의 왕 이오바테스는 영웅 벨레로폰에게 키메라를 퇴치해 줄 것을 부탁한다. 벨레로폰은 이오바테스 왕의 딸인 스테네보이아의 구애를 거부하는 바람에 스테네보이아의 모함을 받고 있었다. 사실 이오바테스왕이 벨레로폰에게 키메라 퇴치를 부탁한 이유는 벨레로폰과 키메라가 싸움을 벌여 서로를 죽이게 되면 두 가지 골칫거리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꿍꿍이속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올림푸스 산의 신들은 벨레로폰의 편이었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날개 달린 천마 (天馬) 페가수스를 벨레로폰에게 주었다. 벨레로폰은 페가수스의 도움으로 키메라의 입 안에 납으로 된 화살을 쏘아 불길에 녹아내린 납이 키메라의 목구멍을 막아 죽이는 데 성공한다.
키메라는 14세기 무렵부터 영어 표현에 등장하는데 16세기까지는 사납고 무시무시한 환상, 특히 여러 가지가 함께 뒤엉킨 환상에 대한 비유로 사용되었다. 현대에는 복합괴물이라는 뜻에서 발전해 유전자 조작에 의해 두 가지 이상의 특성이 합쳐진 동물을 가리키기도 한다. 문학 작품에서는 환상적 생각, 상상 속의 물체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2012년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타이탄의 분노’에는 가장 흉포한 괴물로 키메라가 등장한다. <논설고문 건국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