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복] 테마주 '주의보'… 수혜·피해株 동반 기승

2019-08-0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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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운동 등 '애국테마주' 인기

은행·증권, 여행 등 관련주…줄줄이 52주 신저가 경신

코스피 2% 급락 '사이드카 발령' 등 증시 불확실성 확대

"테마주 투자 자제하고 시장 변화 지켜봐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일리동방] 일본의 경제보복에 국내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국내에서 확산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수혜주가 생겨나는 반면, 직격탄을 맞고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는 피해주가 속출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2% 넘게 주저앉는 등의 증시 하락 요인으로는 투자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꼽혔다. 더불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테마주 투자보다는 시장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행, 금융·증권주' 줄줄이 52주 신저가 갈아치워

증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혜주보다 피해주의 하락세가 더 크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피해주로는 일본 제품을 판매하거나, 사용하는 기업이나 일본 여행 보이콧 관련 여행주, 증권, 은행 주가 포함돼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8월 2일까지 중 52주 신저가(일별 종가 기준)를 기록한 종목 수는 총 975개로 집계됐다. 코스피, 코스닥 상장종목 2252개 중 43.3%에 이른다.

한국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거세지면서 일본으로 떠나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여행 테마주들이 맥을 못 추리는 모양새다. 노랑풍선과 참좋은여행 등 여행사는 지난 2일 장 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지난 31일 52주 신저가를 갈아 치운 지 2거래일 만이다. 연초부터 여행주의 하락세가 나타났으나,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일은 최근 들어 잦아졌다.

실제로 지난 4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항공운송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7월 셋째, 넷째주 일본행 항공운송실적은 81만8312명으로 전월 같은 기간(86만7035명)보다 4만8723명(-5.95%)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2만8088명(-3.77%) 감소한 데 비해 감소 폭이 확연히 증가했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기대한 일본행 여행 수요 회복이 한일관계 악화로 더 훼손됐고 특히 이달에 출발하는 일본 여행상품은 취소해도 취소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순취소가 대거 집중되며 9~10월의 경우 약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최근 항공사들의 일본노선 축소, 동남아 및 중국 노선 확대 등 항공좌석 공급의 다변화와 9~10월부터 진행되는 중국 신규 노선 취항이 확대되며 지역 혼합 개선은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본의 경제 보복과 동시에 각종 대내외적인 이벤트로 증시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금융·증권 주도 줄줄이 장중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5일 오전 장중 1만2300원에 거래되면서 다시 한번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DG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이날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증권주도 내림세를 타긴 마찬가지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2일 전일보다 5.20%내린 2550원에 마감했으며, 5일 오전 장중 2535원까지 내려가 또다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어 키움증권, SK증권,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줄줄이 장중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 넘게 하락하면서 1960선을 붕괴했다. 코스닥도 2년 5개월 만에 장중 600선이 무너졌다. 장중 저점 기준으로는 2016년 12월 9일(585.2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도 달러 당 1200원 선을 넘어섰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장중 1200원을 넘어선 것은 2017년 1월 11일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일본의 2차 경제보복과 미중 무역분쟁이 고조되면서 우리나라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증권업종의 하락세는 주식시장의 큰 폭 하락,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작용한 탓”이라면서 “당장의 업종 지표보다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당분간 증권업종이 시장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일본의 수출 규제 자체가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한국 수출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으로, 코스피 지수에 대한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래 성장 산업과 뿌리 산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김병연 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특혜를 철회하는 것은 국제 무역에서 정부와 기업이 쌓아온 신뢰는 유지하되, 한국만 불편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이번 조치로 인해 코스피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경제지표인 수출 금액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사이익 기대, 전방위적 수혜주 급부상

일본 보복조치에 수혜를 입는 종목도 있다. 국내 일제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애국 테마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애국 테마주로는 모나미, 신성통상, 하이트진로, 쌍방울 등 필기구, 의류, 맥주, 식료품 등이 꼽힌다.

지난달 초부터 계속해 상승세를 이어온 모나미는 5일 장중 전일보다 24.3% 오른 8070원까지 기록했다. 더불어 하이트진로홀딩스 24.03%, 쌍방울 23.11% 오르는 등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신성통상은 29.72%까지 오르면서 장 중 신고가를 경신했다. 신성통상은 국내 SPA 브랜드 ‘탑텐’을 보유한 기업으로 일본 불매운동 확산에 수혜를 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인 반도체 부품 생산업체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관련 업체들이 수혜주로 떠올랐다. 에칭가스의 수혜주로는 솔브레인, 후성,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램테크놀러지가 꼽힌다. 포토리지스트(반도체 감광액) 관련 수혜주는 동진쎄미켐과 금호석유화학,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는 SKC코오롱PI, 이녹스첨단소재 등이 거론된다.

김병연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역성적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 실적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일본이 추가로 여러 제품을 동시다발적으로 수출을 규제한다면 국내 반도체 업종의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각종 수혜주로 부각된 종목들의 시가총액은 2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수혜주로 거론돼온 주요 종목 21개의 시가총액은 지난 2일 현재 7조2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발표 직전인 6월 28일보다 1조 7000억원(33%) 이상 증가한 것이다.

테마주가 주목받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증시에 변동성이 커진 만큼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센터장은 “환율과 금리, 주식시장이 급변하는 등 세계적인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테마주에 투자하기보다는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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