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선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장기적인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꺾이며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장중 1191원을 돌파한 뒤 1188.5원에 마감했다.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다시 하락했지만, 환율이 장중 1190원대로 오른 것은 6월 3일 이후 두달여 만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앞날이다. 국내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탓에 변동성을 보이며 원화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긍정적이어야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금융시장의 불안감만 키우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실제로 환율의 전일 대비 월평균 변동률은 3월 0.21%에서 7월(1~17일) 0.36%로 커지는 추세다.
문제는 원화값을 떠받치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1% 증가했지만, 이는 정부가 지출을 늘린 덕분이었다.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에 그쳐 민간 성장의 위축이 확연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그간의 경제 부진은 환율에 이미 반영된 상태지만, 수출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외환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한·일 갈등 등 대외 리스크에 따라 원화값은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환율이 1200원대로 치솟더라도 당국 개입의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다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환율을 특정 수준에서 방어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