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제외 D-2···다음 공격은 공작기계·탄소섬유

2019-07-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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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국기업 피해 줄이고 한국에 최대한 타격 의도

수입 의존도 높고 日과 기술 격차 커 업계 위기감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서울 서대문구 등 전국 52개 지방정부로 구성된 '일본 수출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 연합'이 개최한 일본 수출규제 조치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일본여행 보이콧'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탄소섬유와 공작기계 등이 다음 공격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품목들은 이미 시행 중인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3개 소재처럼 한국 기업들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 일본이 최소한의 조치로 자국 기업의 피해는 줄이면서 한국에 최대한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탄소섬유, 일본 경쟁력 98점···한국은 75점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달 2일 열리는 정례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일부 개정안을 상정할 전망이다.

수출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탄소섬유는 무게가 철의 4분의 1이지만 강도는 10배 높아 '꿈의 소재'로 불린다. 특히 항공·우주, 자동차, 에너지, 스포츠, 의료 분야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돼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세계 탄소섬유 수요 시장 규모는 2013년 3만3000t에서 연평균 11%씩 성장해 2022년에는 11만7000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분야에서 일본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무역위원회의 '2018년 탄소섬유 및 탄소섬유 가공 소재 산업 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탄소섬유의 기술·품질·가격·시장 경쟁력의 종합점수는 일본이 98점으로 가장 우수하다. 이어 미국(89점), 독일(89점), 한국(75점), 중국(72점) 순이다.

한국의 탄소섬유 글로벌 경쟁력은 일본의 78% 수준으로 특히 기술 격차가 크다. 일본의 도레이, 도호테낙스, 미쓰시비화학 등 3개 기업이 전 세계 7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효성이 탄소섬유를 제조하고 있다. 효성은 오는 2020년 2월 완공을 목표로 전주공장에 탄소섬유 생산라인 증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부 대체재를 찾더라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있다.

◆ 공작기계 일부 품목, 일본 의존도 91%

공작기계 역시 일본 의존도가 높다. 공작기계는 자동차, 선박 등에 필요한 기계부품을 만드는 기계로 국내 제조업 전반에 사용된다.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작기계 수입 규모는 12억6486만 달러(약 1조4950억원)였다. 이 가운데 일본산이 5억4064만 달러(약 6390억원)로 42.7%를 차지했다.

국내에선 현대위아, 두산공작기계, 화천기계 등이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으나 일본과 비교하면 10년 내외의 격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다. CNC는 컴퓨터를 통해 기계를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일본 기업 화낙이 독일 지멘스와 함께 세계 공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CNC 관련 수입 중 일본산 비중은 91%(2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반면 일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이무라 유키오 일본공작기계협회 회장(도시바기계 회장)은 "한국 (수출) 의존도가 낮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작기계산업협회 관계자는 "CNC의 경우 일본 의존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와 관련해 업계의 위기감이 상당하다"며 "공작기계는 사실상 설비와 부품 등이 문제인데, 당장 국산화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정부지원 등 장기 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국산화가 쉽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지원, 연구개발(R&D)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소섬유의 경우 일본을 비롯한 경쟁국들은 정부 중심의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실제 일본 경제산업성은 도레이의 자동차용 탄소섬유 개발에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약 40억엔(약 435억원)을 지원했다. 또 일본 이시카와현을 중심으로 '탄소섬유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130억엔(약 1415억원) 규모의 산업창조펀드도 조성했다. 미국과 독일 등도 탄소섬유, 복합재료, 최종 제품에 이르는 전체 밸류체인을 다루는 클러스터를 형성해 이 산업을 육성 중이다.

김영식 한국화학섬유협회 부장은 "국내 탄소섬유 연간 소비량 3700t 중 수입이 2000t가량인데 대부분이 일본에서 들어온다"며 "단기적으로는 힘들지만 효성이 공장 증설에 나서는 등 국내 기업들이 노력하면 국산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병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일본에서 수입하던 품목들이 주로 첨단 기술 분야가 대부분이고, 국내 기업들과의 경쟁력 차이가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최근 통상 리스크가 커지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자국 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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