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날 때 부모가 아이의 첫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며 죽음에 이르게 될 때는 영정사진으로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남긴다.
최근 젊은 나이에 영정 사진을 찍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유는 고단하고 힘든 세상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마주함으로써 살아갈 용기를 얻기 위함이다.
특히, 방송에서 래퍼 김하온, 방송인 유재석 등 유명 연예인들이 영정사진을 찍으며 뭉클한 유언을 남겨 큰 화제를 모으기도 하였다.
Q, 많은 사진의 종류들이 있는데 영정사진을 찍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영정사진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다만 제 영정사진 프로젝트가 세간의 주목을 받아 영정사진가라는 타이틀이 붙었을 뿐이죠. 저는 영정사진에 제 역량을 국한시키기보다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작가로 성장하고 주목받고 싶습니다.
Q. 주로 어떠한 사람들이 홍산 작가에게 사진을 촬영하러 오나요?
A. 한 번쯤은 삶에 대한 고민을 해보고, 또 자신을 꽤 괜찮은 방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오십니다.
Q. 영정사진의 경우는 밝음보다는 어둠에 가까운 느낌이 있는데 사진을 촬영할 때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A. 밝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으며 진행하는 편입니다.
Q. 직장으로 다니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촬영은 언제 하시나요?
A. 주말에 합니다.
Q. 사진을 촬영하면서 유언을 생각해보도록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가 있나요?
A. 영정사진을 단지 사진으로서만의 결과물이 아닌 하나의 경험으로 꾸려가고 싶었습니다. 그 온전한 경험을 위해서 유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또 유서를 작성하며 생각정리가 된 후에 사진촬영을 하면 표현하고 싶은 바를 조금 더 편안하게 표현하시기 때문입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유언과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유서를 열심히 읽어보지는 않습니다. 제가 존중해드려야 할 어느 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억에 남는 유언은, 모든 재산을 본인의 반려동물 앞으로 남긴다는 것이었습니다.
Q. 홍산 작가께서는 죽음을 맞이할 때 이 세상에 가장 남기고 가고 싶은 것과 남기고 싶은 유언이 있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세상에 남기고 가고 싶은 건 딱히 없습니다. 세상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지는 순간 그것이 삶의 미련으로 남을 것 같아서요. 남기고 싶은 유언은, 저를 부디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달라는 것입니다.
Q. 홍산 작가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요?
A. 삶의 주도권을 잃었을 때 은유적 죽음이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Q. 홍산 작가께서는 지금까지 어떠한 삶을 살아오셨나요?
A. 모르겠어요… 제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요? 다만 부끄럽지 않고, 소수자를 향한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Q. 사진작가로서의 홍산 직장인으로서의 홍산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홍산은 어떠한 사람인가요?
A. 세개가 분리 가능한 영역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직장인으로서 홍산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이고, 부장님 국장님 말을 열심히 듣는 사람입니다.
사진작가로서의 홍산은 조금은 고집 있고, 타협하지 않으며 늘 고민하는 사람이고요. 사람으로서 홍산은 개인의 관계와 대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방황하는 사람입니다.
Q. 영정사진의 경우 죽기 전에 찍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홍산 작가가 생각하는 영정사진이란 무엇인가요?
A. 내가 고르는 내 마지막 모습, 세상에 남기고 싶은 내 마지막 모습 입니다.
Q. ‘시현하다’라는 증명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관처럼 홍산 작가만의 영정 사진관을 만들 계획은 없으신가요?
A. 영정사진을 상업적 규모로 키우고 싶진 않습니다.
Q. 홍산 작가의 영정사진을 통해서 개인 또는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어떠한 영향을 주고 싶으신가요?
A. 삶에서 어찌할 수 없는 많은 우울은 실은 당신 잘못이 아닌 구조의 잘못임을, 그러므로 우리는 약자를 향한 분노가 아닌 구조에 맞선 연대를 해야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위를 바라보는 목표를 세우고 그 적확한 곳에 다다르지 못함을 비난하기 보단, 흔들리지 않을 철학의 뿌리를 내려 오롯한 삶을 엮어나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