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 등급 회사채 금리 매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시장 전반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둔화 우려로 비우량채를 기피하는 탓이다. 대한항공이 특이하게 주관사를 5곳으로 구성한 점도 수요 부족 대비 총력전일 벌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공모 규모가 크다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수요예측 결과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총 2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현재 대한항공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 안정적이다. 트렌치(tranche)는 2년물 800억원, 3년물 1700억원으로 구성됐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각각 -0.2~+0%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주관업무는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교보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대한항공이 이 같은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올 하반기와 내년 초 만기가 다가오는 차환자금 확보를 위해서다. 내년 3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은 4조3690억원에 달한다. 현재 대한항공의 현금성자산은 1조2960억원으로 만기도래 차입금 규모의 29.7% 수준에 불과하다.
◆ 차입금 비중 3년 연속 60%대
대한항공이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올 들어서만 세번째다. 지난 4월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뒤 5월에도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대한항공의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차환발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항공기 리스비용 등을 고려한 차입금 의존도인 조정총자산 대비 조정순차입금 비중은 지난 2016년 66.4%에 이어 △2017년 63.4% △2018년 61.1% 등 3년 연속으로 60%를 상회하며 대한항공은 이 항목 신용평가에서 BB등급을 받았다. 한국기업평가 등 신평사들은 대한항공의 조정총자산 대비 조정순차입금 비중이 60%를 지속 초과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여객·화물 시장점유율 지속 하락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대한항공은 순항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와 국제를 포함한 여객시장에서 대한항공 시장점유율은 지난 1분기 21.9%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09년 당시 점유율 42.2%에서 절반 가까이 쪼그라든 것이다. 외항사 합계인 23.9%보다도 낮아졌다.
화물수송 부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항공은 1분기 국제 화물 시장점유율 37.1%를 기록, 지난 2009년(50.1%)보다 13%포인트 낮은 수치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송량 감소가 화물부문의 가동률 저하와 매출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공급량 조절 없이 고단가 품목을 활용한 수익성 중심의 사업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당분간 가동률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등급도 자금조달에 불안 요소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BBB급은 고금리 매력을 앞세워 자금조달 흥행을 이어 갔지만 하반기 들어 투자자들이 적극나서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진(BBB+·수요예측 12일)은 수요부족, AJ네트웍스(BBB+·16일) 간신히 미매각을 면했다. 이들 기업의 공모 규모는 대한항공 대비 현저히 적은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결과를 보였다. 경기둔화 우려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은 대부분 고평가"라며 "펀더멘탈로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되면 위험자산 기피현상이 가속화돼 비우량채 수요 급감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