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로봇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00만개의 일자리를 로봇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약 70만개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되고, 이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가 가장 많이 사라지는 국가는 중국이다. 약 1400만개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된다. 2위는 2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유럽연합(EU 28), 3위는 약 15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미국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5년(2001~2016년) 동안 로봇이 가장 빠르게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국가다. 2016년 기준 약 34만개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인해 사라졌는데, 이는 중국(55만개), EU(40만개)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수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고령화로 인해 숙련된 노동자가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로봇 보급이 30%까지 늘면 성장률이 2030년 예상 GDP보다 5.3% 늘어나 전 세계 경제 규모에 4조9000억 달러를 추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이끌어낼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로봇 보급이 최대로 이뤄지면 2030년 예상 GDP보다 11.7% 높은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로봇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예상보다 7.7% 낮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조사됐다. 로봇 산업 활성화에 따라 한국 GDP가 최대 19.4%까지 차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로봇의 일자리 대체에 가장 취약한 도시(지역)는 대구, 인천, 울산, 경상남도, 부산 순으로 조사됐다.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를 갖춘 도시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서울은 도쿄, 하와이 등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로봇의 일자리 대체에 가장 영향을 적게 받는 지역으로 나타났다. 전라남도, 강원도, 충청남도, 경상북도 등도 로봇 도입으로 인한 타격이 적었다. 서울이 로봇으로 대체가 어려운 서비스나 첨단 지식 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특히 저숙련 노동자들이 로봇으로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소득 불평등 증대와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도입에 따른 자동화의 성과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제도나 시스템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재훈련, 복지기금 조성, 기본소득제 등이 자동화를 상쇄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배 제도다. 아울러 노동자들에게도 평생 학습하는 자세를 지녀야 하며 평생 직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