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수(가명‧46)씨는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직장에서도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아내가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때문이다. 한씨의 아내는 4년 전 퇴직금 등으로 서울 중구에 26㎡(8평) 규모 편의점을 개업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한 데다 경기부진으로 소비심리까지 약해져 1년째 적자다. 한씨 부부의 당초 계획은 올해부터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쉽지가 않다. 현재 한씨의 월급으로 편의점 적자를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그동안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가중된 부담이 앞으로 더 커졌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는 내년에도 상생 비용 부담으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 오른 8590원으로 결정했다. 10년 만에 가장 낮은 인상률이지만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30% 정도 상승해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동결을 기대했는데 아쉽다. 농구공의 3%와 야구공의 3%는 다르다. 최저임금은 이미 지난 2년 동안 너무 많이 올라 가맹점에서는 소폭 상승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가맹점주들 또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파산자와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국편의점가맹협회는 최저임금 타결 직후 성명서를 통해 “급격한 임금인상에도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주 및 영세자영업자들을 범법자로, 낙오자로 만들었다”면서 “오히려 최저임금의 절대 목적인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쪼개는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소상공인들은 정책적 실험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근로자들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연희(가명‧22‧동숭동)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때는 7시간씩 일주일 3번 일했는데, 올해는 일주일 2번 5시간씩 일하고 있다. 돈이 부족해 일자리 한 곳을 더 알아봤다”고 토로했다.
외식업계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프랜차이즈외식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 관계자는 “사실상 이미 업계가 줄 수 있는 최저임금 수준을 넘어섰다”며 “요즘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려면 최소 시급 1만원을 줘야하는 실정이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계속 인상되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키오스크를 들여와 무인화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으로 인한 타격이 예상보다 적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발표 전 이미 5% 안에서 최저임금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예년과 비교해보면 이번 인상은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킨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도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치킨집은 이미 가족이나 부부가 함께 장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