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양자실무협의 관련 브리핑을 열고 "양국 입장차가 여전하지만 일단 우리 입장을 충분히 개진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청사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통상당국 실무자가 만나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50분까지 6시간여에 걸쳐 일본 정부의 대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관계부처 당국자 간 직접 접촉은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소재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서 일본 측은 국제통제 체제 이행을 위해 한국에 대해 개선 요청을 해 왔으나,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Catch-All) 규제가 도입되지 않았으며, 최근 3년간 양자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캐치올 규제란 수출 금지 품목이 아니더라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 수출 당국이 해당 물자의 수출을 통제하는 제도다.
일본 측은 또한 3개 규제 품목은 국제수출 통제 체제의 규제 대상으로 공급국으로서의 책임에 따른 적절한 수출관리의 필요성, 한국 측의 짧은 납기 요청에 따른 수출관리 미흡,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수출과 관련한 부적절한 사안 등이 발생하고 있어 유사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정책관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한 일본 측 주장에 대해 그간 캐치올 의제에 대한 일본 측 요청이 없었으며, 한국의 캐치올 통제는 일본 측 주장과 달리 방산물자 등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무기에 대해서도 작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략물자관리도 산업부를 비롯해 전략물자관리원,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위사업청 등 100여 명의 인력이 담당하는 등 일본보다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며 "3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 강화에 대해서는 일본 측 사유가 매우 추상적이며, 사전합의 없이 불과 3일 만에 전격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은 정당하지 않은 조치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은 "일부 언론에서 나오는 것과 달리 북한을 비롯한 제3국으로 전략물자가 수출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간 협의회 개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이미 올해 3월 이후 협의회를 개최키로 양국 간에 합의했다는 점을 강조했고 한국은 양국 간 협의 중단 의사가 없는 만큼 조속한 협의 재개를 요청했다.
일본은 오는 24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과 관련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각의 결정(우리나라의 국무회의) 후 공포하고 그로부터 21일 경과한 날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의견 수렴 마감 시한인 24일 이전에 양국 수출통제 당국자 간 회의 개최를 제안했으나 일본 측은 이날 협의 목적은 이번 조치에 대한 사실관계 설명이라는 점을 반복하며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이 정책관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가 WTO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전혀 이해된 바 없으며, 오늘 협의에서 일본 측의 충분한 설명도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이번 조치는 한일 양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영향이 큰 중요 사안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성실하게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