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금강송 숲길 느리게 걷고, 왕피천에 발 담그고…여름 휴가, '왕'처럼 나기

2019-07-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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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명소 '울진 금강송 숲길'

빼곡히 들어찬 숲길 걸으며 '에코투어'

트레킹 명소 '왕피천 계곡'

산과 절벽에 둘러싸인 구불구불 깊은 계곡

반복되는 일상에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다. 게다가 후텁지근한 날씨까지 가세하니 몸도, 지쳐버렸다. 재충전이 필요했고,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을 품운 곳, 경북 울진이었다. 왕실에서 관리하던 명품 소나무 숲길을 천천히 거닐었고, 머릿속까지 차가워지는 계곡물에 발 담그고 앉아 사색을 즐겼다. 웰니스가 별건가. 건강한 자연 속에서 누리는 행복, 그것이 바로 웰니스가 아니겠는가. 

◇여름엔 숲…왕실이 관리한 금강소나무 숲길과 금강송 에코리움
 

울진의 금강송 [사진=기수정 기자]

경북 울진에는 금강송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오지 중의 오지, 깊은 산속에 자리한 덕에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었어도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깊은 산속에 빼곡히 들어찬 금강송. 그 신비로운 자태를 세상에 드러낸 것은 2006년 '에코투어'라는 이름을 통해서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을 걷는 등산객[사진=기수정 기자]

사단법인 ‘금강소나무 숲길’ 홈페이지에서 탐방 구간별로 하루 80명만 신청을 받는다. 숲 해설가가 동반해 금강송과 생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특히 이곳 울진의 금강송은 조선시대부터 '황장봉산(黃腸封山)'이라 하여 철저히 보호·관리됐다.

황장봉산 제도는 1680년 조선 숙종 때부터 양질의 소나무인 황장목을 확보하기 위해 황장목이 있는 지역을 봉산(封山)으로 지정하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았던 산림 보호정책이다.
 

수령 537살로 추정되는 '500년송'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사진=기수정 기자]

조선왕조와 평생을 함께한 금강송. 궁궐로, 조경수로, 일월오봉도라는 그림으로, 사후에는 재궁(광)으로 활용되며 왕실의 사랑을 받았던 금강송. 고귀한 금강송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걸었다.

하늘을 뚫을듯한 기세로 곧게 뻗은 금강송의 자태가 꽤 매혹적이었다. 모양새부터 남다른 금강송은 예로부터 궁궐을 지을 때나 왕실의 관 재료로 쓰였던 귀한 나무란다.

번뇌로 가득 찬 머리, 복잡했던 마음은 금강송이 전하는 좋은 기운에 이내 씻기는 듯했다.

울진군은 2015년 서면의 명칭을 금강송면으로 바꿨다. 금강송면 소광리의 금강소나무 숲은 국내에서 가장 멋진 솔숲으로 평가된다.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과 생태관광자원 분야에서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금강송을 더 가까이서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금강송 에코리움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과 휴식을 하는 수련시설 '금강송 에코리움'에는 금강송 테마전시관부터 금강송 치유센터, 금강송숲 탐방로가 두루 자리한다. 테마전시관을 빼고는 프로그램 사전 예약을 해야 이용 가능하다. 

금강송 숲에서 보낸 하루 덕에 고단했던 삶은 윤택해졌고, 지쳤던 마음엔 서서히 활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여름엔 계곡…왕의 피란처 왕피천 계곡 트레킹
 

왕피천 계곡[사진=기수정 기자]

왕피천은 60.95km의 그리 길지 않은 물길이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해 울진군 금강송면과 근남면을 거쳐 동해로 흘러드는 왕피천은 산과 절벽에 둘러싸여 접근이 쉽지 않은 오지라 사람 발길은 거의 없었다.

금강송면에서 구불구불한 콘크리트 산길을 따라 무려 16km를 차로 달리니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왕피천이 매우 청정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이유일게다. '왕이 피난왔던 마을'을 뜻하는 '왕피리'라는 이름만 봐도 이곳이 얼마나 오지였는지를 잘 알 수 있질 않은가. 

과연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 보전 지역다웠다. 계곡의 길이에 비해 산은 무척 가팔랐고, 골짜기는 깊었다. 굽이굽이 휘돌아치는 계곡의 물줄기를 따라 멋들어진 풍광이 쉼없이 펼쳐졌다. 

왕피천은 생태자원이 풍부해 지난 2005년 환경부로부터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인 산양을 비롯해 멸종 위기종으로 하늘다람쥐, 수달 등 13종과 식물자원은 고란초, 노랑무늬 붓꽃, 꼬리 진달래 등 다수가 서식 관찰되고 있다고.

왕피천 계곡은 '트레킹 마니아'에게 인기를 끄는 곳이기도 하다. 로망과도 같은 곳이다. 트레킹 마니아는 아니지만, 트레킹에 합류하기로 했다. 
 

오지 중의 오지 '왕피천'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구산리의 굴구지 마을에서 시작된 왕피천 트레킹. 아홉 구비 산자락을 돌아가야 나온다는 두메산골 오지 마을에서 걸음을 뗐다.

굴구지마을에서 4km 정도 걸으니, 왕피천 최고의 절경 '용소'가 등장했다. 마치 이 몸부림치는 것 같은 용소 일대는 절벽이 험하고 꽤 거칠었다. 수심도 무려 10m나 된단다.

문화해설사는 "왕피천은 수온이 높은 편이고 하상이 완만해 물길을 따라 걸어도 별로 힘들지 않지만, ​중간 지점에 있는 용소는 수심이 10m로 깊다"며 "계곡 트레킹을 하더라도 이 구간은 생태탐방로로 우회할 것"을 당부했다. 

생태탐방로는 계곡에서 조금 떨어진 산자락을 따라 이어져 있다. 가파른 구간도 일부 있지만, 계단이나 밧줄이 설치돼있어 많이 위험하지는 않다. 

왕피천과 매화천이 합류되는 근남면 구산리에는 울진의 성류굴(천연기념물 제155호)이 있다. 또한 울진군 근남면 구산3리, 일명 굴구지에서 왕피마을까지는 트레킹 코스가 개발돼있고, 데크를 포함한 등산로도 마련돼 있다.
 

금강소나무 숲길을 걷는 여행객[사진=기수정 기자]

금강소나무 숲길 초입에 우뚝 서 있는 500년송[사진=기수정 기자]

왕피천 전경. 계곡에 발 담그며 시간을 보내는 여행객의 모습[사진=기수정 기자]

왕피천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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