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귀국 늦춘 이재용···반도체 해법 찾을까?

2019-07-1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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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서 3대 대형 은행 간부·거래처 만나 대책 마련

웨이퍼·블랭크 마스크 등 추가 품목 수출규제 우려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와 관련해 일본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지에서 어떤 해결책을 모색할지 재계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특히 일본이 웨이퍼, 노광장비, 블랭크 마스크 등 추가 품목 수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 현지 재계 관계자 만나 소통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일본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이르면 이날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연기됐다. 현지에서 대책 마련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현지에서 미쓰비시 UFJ파이낸셜그룹 등 3대 대형 은행 간부, 거래처 제조사 관계자들과 접촉해 향후 대응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현지 은행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광복절(8월15일) 이전에 한국 내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과 반일 시위 등이 확산돼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전자업계에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적극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국 제조사로부터 반도체 공급을 받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정보수집과 영향 분석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소니의 컴퓨터 사업 부문이 독립한 바이오(VAIO)의 하야시 가오루 이사는 지난 9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어떠한 영향이 나온다는 것은 틀림없다"며 "대응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 조달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니노 다카시 NEC 사장은 데이터센터 등에서 사용되는 반도체에 대해 "한국으로부터 구입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니노 사장은 향후 조달처를 바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검토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50% 이상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별 기업 총수가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건이 양국 간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 정치·외교적 문제에 기인한 만큼 개별 기업이 협상에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 추가 품목 규제···日 영향력 막강 

또 일본이 추가적으로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집적회로(IC), 전력반도체(PMIC), 리소그래피 장비, 이온주입기 등의 수출을 제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는 일본 수출 규제의 주요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수출무역관리령'의 통제대상품목(1∼15항)에 포함된 제품들이다.

이 중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는 일본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매우 높은 제품이다.

웨이퍼는 집적회로 제작을 위한 기판으로, 반도체는 웨어퍼 상에 회로 패턴을 전사해 제조한다. 블랭크 마스크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필수 재료인 포토마스크의 원재료로,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하며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웨이퍼는 일본 섬코, 신에츠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국내 SK실트론이나 대만 글로벌웨이퍼스 제품의 경쟁력은 이들 대비 다소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블랭크 마스크도 일본 호야 등의 제품 경쟁력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블랭크 마스크는 삼성전자 내 비중 60%를 웃돌고 극자외선(EUV) 블랭크 마스크는 호야가 독점 생산 중"이라며 "때문에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가 수출 규제될 경우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미 규제 대상에 포함된 포토레지스트(PR)의 경우 핵심 단계의 소재일수록 100%가 일본산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차세대 노광장비인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TOK, JSR 등 일본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도 PR업체가 있지만 일본 대비 5~6년 정도 기술 개발이 뒤처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 논의를 위해 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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