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1일 베트남 국적의 이주여성이 이혼 후에도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이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최 위원장은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성명을 통해 "베트남 국적의 여성이 시어머니의 부당 대우로 유산하고, 남편이 부인을 친척집에 데려다주고는 가출신고와 신원보증 철회서 제출 등을 해 이혼을 하게 되면서 강제출국의 위험에 처하게 된 것에 대해 결혼이민 자격으로 계속 국내 체류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청이 ‘혼인파탄의 주된 귀책사유가 국민인 배우자에게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체류를 거부하는 처분을 한 경우 그 처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 즉 체류자격을 불허하기 위해서는 이혼의 주된 책임이 결혼이주여성에게 있다는 점을 행정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이런 대법원의 판결은 그동안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이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결혼이주여성들이 국내 체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한국인 남편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의 인권보호를 강화하는 대법원 판결이 이루어진 날 또 다른 베트남 국적의 여성이 한국인 남편에 의해 아이가 보는 앞에서 무차별하게 폭행을 당하는 가정폭력이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다고 언급했다.
이어 "결혼이주여성은 근본적으로 혼인생활 유지를 위해 우리나라에 입국한 사람들로 안정적인 신분보장과 체류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배우자의 도움과 협조가 절대적"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혼인유지 여부에 따라 체류보장 여부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남편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결혼이주여성은 신체적 폭력, 심한 욕설, 한국식 생활방식 강요, 경제적 착취, 감금, 외출 방해, 낙태 강요 등 가정폭력과 여러 인권침해 상황에 노출될 경우 이를 견딜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자녀나 시부모를 부양하는 등 전통적인 여성역할을 하는 경우에만 체류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별거 또는 이혼한 이주여성에 대해서도 보호 노력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고 거론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장의 다문화가족 자녀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 결혼이주여성의 가정폭력 문제, 자신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이혼했으나 강제출국의 위험에 처한 사례 등 최근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해 우리 정부는 결혼이주여성의 인권보호 정책을 촘촘히 점검해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 위원장은 끝으로 "우리 위원회 또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의 성립과 가족생활의 유지라는 가치가 차별 없이 적용돼 결혼이주여성이 안정적인 체류를 통해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