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국산 주류 선호와 일본 외식시장에 대한 보이콧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맥주는 대체재가 다양해 다른 품목보다 더 빨리 불매운동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토종 주류기업인 하이트진로와 일부 전통주업체는 뚜렷한 반사이익을 체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11일 인스타그램에는 ‘일본 불매운동’과 하이트진로의 맥주 ‘테라’를 함께 묶어 해시태그(#)한 게시물이 다수 게재됐다.
주가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했다. 이날 하이트진로 종가는 2만20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38% 올랐다. 반면 롯데칠성음료는 0.32% 떨어진 15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한달 이상 장기화할 경우, 국내 주류기업은 수혜를 입지만 일본 맥주 수입사나 일본식 주점(이자카야)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타격이 예상된다.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 1~10일 맥주 매출을 보면, 일본 맥주는 전주 대비 18.6% 줄었고 국산 맥주는 3.5% 늘었다. 해당 기간 전체 맥주 매출은 1.4% 증가했다.
최근 3년간 편의점에서 수입맥주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이처럼 전체 품목 매출이 늘어난 가운데 특정 국가의 제품만 역신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CU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에서도 지난 1~10일 맥주 매출을 직전 2주와 비교한 결과 일본 제품은 15% 줄고 국산은 4.4% 늘었다. 올 상반기 하이네켄에 이어 수입 맥주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했던 아사히는 4위로 추락했다.
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2주 동안 사케(일본 정종)가 4병밖에 안 팔렸다”, “사케랑 아사히 맥주는 확실히 소비자들이 꺼린다”, “호주산을 쓰는데도 와규 전문점이란 이유도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등의 하소연이 많다.
일각에서는 매출 하락을 견디느니 “아베 사태가 마무리 될 때까지 일본 술은 팔지 않겠다” 등의 애국 마케팅을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예비 이자카야 창업자들은 매장 개점을 미루는 것도 고심 중이다.
국내 수입맥주 매출 1위인 ‘아사히’ 등을 취급하는 롯데아사히주류의 마케팅 담당자는 “현재로선 불매운동 추이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뿐”이라며 마른 침을 삼켰다.
한편 롯데아사히주류는 일본 아사히그룹과 롯데가 각각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일본의 맥주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억엔(약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한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무려 63%, 80억엔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