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위원장은 오는 17일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부산·경남·대구은행 등 총 9개 은행장들과 만나 동산담보대출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비정기 회의는 시중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상반기 실적이 저조한 데 따른 것이다.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IP대출은 총 785억원(92건)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대출을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현재 가장 독려하고 있는 금융 정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초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에서는 상반기 동산담보대출의 부진 원인과 은행별 건의사항 등을 듣고, 향후 추진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은행장 외에 법무부와 한국신용정보원 관계자도 참석한다. 현재 동산담보대출이 가진 법적·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이 자리에서 은행이 '사적실행(경매를 통하지 않고 담보물건을 처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추가해 처분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기존 부동산 담보물을 처리할 때 경매법원 등을 거쳐야만 가능해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이와 함께 6월부터 동산의 회수율과 분석정보 등이 담긴 은행권 공동 DB를 시범운영한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 DB는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세부과제 중 하나로, 동산을 유형별로 코드화해 은행이 수시로 관련 내용을 조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정부가 시장 상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은행에 IP담보대출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정부 방침이라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대출 상품을 만들어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보물에 대한 대출 기준이 모호하고 이에 따른 높은 부실률이 우려되지만 하반기에는 당국의 주문까지 겹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영업을 확대해야 한다.
스타트업도 IP담보대출을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지식재산권 담보가치 기준이 5억원 이상이라 대출 문턱이 너무 높고, 500만원에 달하는 기술평가 비용도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산담보대출에 대한 취지 자체는 좋기 때문에 제도가 정착만 되면 기업들이 향후 부가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현 상황만 놓고 보면 담보물에 대한 보관, 관리, 처분이 쉽지 않고 법령의 미비점이 적지 않아 은행은 손해를 감수하고 대출액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