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들의 '꼼수 승계'는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견 기업에서도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18일 데일리동방과 인터뷰에서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기업의 2세 승계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조작되는 등 불법행위가 계속돼, 이를 규제할 관련 법규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광중 변호사는 삼성바이오를 비롯해 한솔신텍, 대우조선해양, 코오롱티슈진 등을 대상으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소송을 맡은 금융투자 전문 변호사다. 그는 기업 승계 시 불법행위의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현대글로비스의 일감몰아주기 등을 꼽았다.
그리고 중견기업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80·90년대 탄생한 중견기업들의 설립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기업승계 문제도 불거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최근 많이 사용되는 기업승계 편법을 설명했다. 아버지가 세운 A 상장회사가 있다. A사 대주주의 자식 또는 손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회사 B를 만든다. 그리고 B사로부터 적당한 사유를 만들어 비싼 값에 물품을 공급받는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A사는 비용이 늘어 이익이 감소하고, 주가도 하락한다. 반면 B사는 높은 마진으로 이익을 누린다. 결국 아버지 회사의 주가는 하락하고 아들 회사의 가치는 상승한다.
이후 A사와 B사가 합병하면 아들은 아버지 회사의 지분을 다수 확보할 수 있다. 또 A사의 사업 중 일부를 저렴한 가격에 B사에 양도하기도 한다. 결국 아버지 회삿돈으로 아들이 아버지 회사를 인수하는 셈이다.
김광중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회계법인을 동원해 아들 회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아버지 회사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며 “회계법인은 조작된 자료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거나, 의도적으로 문제를 눈감아주며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회계법인이 기업가치를 잘못 평가해도 이에 대한 감독이나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그는 “기업가치 평가 역시 회계사들의 주요 수입원인데, 이에 대한 감독 장치가 없어 대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평가가 이뤄지고 투자자들만 손해를 본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여러 소송에서 회계법인이 엉터리로 평가한 사실이 드러나 투자자들이 보상을 받은 바 있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에 의해 이런 문제가 드러난 사례를 찾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회계법인의 잘못된 기업가치 평가는 부실감사 못지않게 큰 피해를 초래한다. 그런데도 적정한 평가를 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는 부실하다. 특히 비상장사 간 합병 등은 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게 김광중 변호사의 지적이다.
또 투자자 스스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주가조작에 주의할 것도 당부했다. 김광중 변호사는 "허위사실 유포와 같은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할 경우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수사를 진행하더라도 이미 손실을 본 뒤인 경우가 많아 투자자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종 테마주로 분류되면 주가가 출렁인다. 따라서 실제로 진행하지도 않는 바이오사업, 화장품사업, 면세점 사업, AI사업 등을 한다고 홍보하며, 주가를 조작한다.
김광중 변호사는 "상장폐지 위기의 기업들을 저가에 인수해 '가짜 사업'으로 주가를 올린 뒤 대규모 자금을 공모하고,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아 수익을 실현하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 사업은 존재하지 않지만 외양을 만들어 홍보하는 탓에 조작행위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도 어렵다"고 조언했다.
이럴 때 투자자는 신사업의 실체를 따져봐야 한다. 그는 “실적저하 등으로 신사업을 할 만한 능력이 부족한 회사에서 경영진이 변경되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 주가조작일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는 신사업의 실체와 진행 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