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송환법 개정이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오며 갈등·모순이 불거졌다"고 인정하며 "홍콩 정부의 송환법 개정은 완전히 실패했다. 송환법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람 장관이 사실상 송환법 개정안 폐기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앞서 대규모 반대 시위 직후 가진 6월 16일, 7월 2일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도 "송환법 개정을 잠정 보류하겠다", "송환법은 2020년 소멸되거나 자연사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만 했다.
이에 반발한 시위대는 법안이 완전 철회되기 전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며 람 장관 사퇴까지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한 홍콩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도 빚어지며 시위대는 경찰의 폭력행위도 규탄했다.
송환법 완전 폐기와 함께 람 장관의 사퇴를 요구해왔던 시위대가 과연 이를 수용할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그동안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됐던 홍콩 송환법 개정은 중국 본토, 대만 등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 등 정치범의 중국 본토 송환이 현실화하면 홍콩의 정치적 자유가 위축되고 자치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한 홍콩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지난 달 9일 홍콩 도심에서 열린 송환법 개정 반대 집회엔 시민 103만명이 동참하며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 시위로 기록됐다. 앞서 1일 홍콩 반환 22주년을 맞아 벌어진 집회에서 일부 시위대가 입법회 점거, 기물 파손 등 과격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까지 빚었다. 홍콩 정부와 시민간 갈등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돼 홍콩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는 주요 외신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국제적 쟁점으로도 부각됐다. 미국·영국 등 서방국들은 인도법 개정이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틀을 무너뜨리고 홍콩 자치권을 훼손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해 왔다. 특히 과거 홍콩을 식민지 지배했던 영국 정부 관료들은 중국을 향해 "일국양제를 준수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중국은 '내정간섭 말라', '식민지 환상에 젖어있다'고 반박하며 양국간 외교적 긴장감도 고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