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패배를 인정하고 키라이코스 미초타키스 신민당 대표에게 축하전화를 건넸다고 밝혔다.
개표율이 60%를 넘은 가운데 신민당은 39.8%를 득표해, 31.6%를 얻은 시리자를 앞서고 있다. 이대로라면 신민당은 전체 의석 300석 중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충분히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에서는 승리한 당에 50개 의석이 추가로 주어진다.
차기 총리직이 유력한 미초타키스 대표는 아테네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변화를 이끌라는 큰 사명을 부여받았다"며 "그리스는 이제 다시 자랑스럽게 고개를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은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 재정위기 속에서 4년 전 반(反)긴축정책을 내걸고 그리스 역사상 첫 급진좌파 정부의 수장이자, 최연소 총리 자리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유럽연합(EU)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대신 증세와 연금삭감 등 긴축조치로 돌아서면서 여론의 강한 반발을 샀다.
그리스는 지난해 8월 구제금융 체제를 졸업하면서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EU 회원국 중 실업률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해 국민들은 좀처럼 경제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스는 당초 오는 10월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시리자가 참패하자 치프라스 총리는 총선을 3개월 가량 앞당기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신민당 지지율이 시리자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등 일찌감치 정권교체가 예상됐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그리스 보수파 거두인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의 아들로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컨설팅업체 매킨지 등 금융권에서 일하다가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감세와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해왔다. 시장친화적 성향으로 간주되는 그의 집권 전망에 그리스 증시가 상승하고 채권 금리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