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안주, 혼술 술집, 가성비 안주. 포털사이트에서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검색하자 함께 나온 연관어 들이다. 대부분의 혼술족은 집에서 마시는 술(홈술)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혼자 마실 수 있는 술집을 찾는 이들도 꽤 늘었다.
6일 기자는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떠받치는 1인 가구가 혼자 술을 마실 때, 홈술과 밖술(밖에서 마시는 술이란 뜻으로 방금 만든 용어)의 장단점을 알아봤다. 술값은 마시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기본 맥주와 안주에 드는 비용을 중심으로 했다.
◆홈술, 2000원부터 배달까지 안주값 내 마음대로
편의점에서 파는 ‘4캔에 1만원’ 수입맥주는 홈술, 혼술족들의 즐겨찾기 주종이다. 기자처럼 집 냉장고에 갖가지 주류를 구비해두는 사람도 있겠지만(와인·담금주는 상온 보관), 보통은 필요할 때마다 사다 마신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역시 집에서 가장 가깝고, 소량의 술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편의점이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편의점에서는 수입맥주 5캔에 1만원 행사 중이었다.
GS25리테일이 수제 맥주 1세대 양조장 카브루와 협업해 내놓은 ‘경복궁IPA’는 3캔 이상 구매하면 한 캔 당 가격을 3300원으로 할인해준다. 3캔에 1만원 꼴로, 수입맥주의 가격 경쟁력을 어느 정도를 따라잡았다. 수제맥주는 내년부터 종량세 개편으로 가격이 더 내려갈 전망이다.
인근 대형마트에서는 하이트진로의 ‘테라’와 롯데주류 ‘피츠’·‘클라우드’, 오비맥주 ‘카스’ 등을 6개들이 단위로 판매하고 있었다. 평균 판매가는 8000원대다.
하나만 사기엔 아쉽고, 다음에 또 마실 것 같으니 행사할 때 사두자는 게 혼술족의 솔직한 심정이다. 결국 주말 혼술을 위한 기본 술값은 1만원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관건은 안주인데 이거야말로 집주인인 내 마음, 내 주머니 사정대로다. 여기서 ‘밖술’과 비용 차이가 가장 크다.
홈플러스 ‘메가칩’처럼 2000원 짜리 대형스낵 한 봉지를 사다 때울 수도 있고, 라면이나 게맛살 등을 첨가해 안주의 격을 높이면 1만원은 순식간이다. 주안상이 아니라 반주로 혼술을 할 경우 배달음식을 이용하면 최소 배달금액 1만5000원부터 생각해야겠다.
◆“앉아만 계세요” 이제 당당한 밖술
예전에는 칵테일 바(bar)처럼 조명이 어둡고 혼자 앉아서 마시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만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최근 들어서는 혼밥이 눈에 띄는 트렌드에서 일반적인 문화로 정착하면서 일반 술집이나 음식점에서 혼술을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혼술의 연관 검색어로 혼술 술집이 뜨는 이유다.
이날 오후 식사 겸 홍대 인근 한 덮밥집을 찾았다. 물론 밖에서 마시는 술도 안주 고르기에 따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만, 일단 술값에서 홈술과 차이가 난다. 이 식당에서 칭따오 작은 사이즈(330㎖) 한 병은 4900원, 아사히는 5900원이다. 그나마 국산 맥주인 카스가 가장 저렴한 3900원이었다.
아침에 본 대형마트에서 카스 355㎖ 캔 6개입 판매가는 8690원이었다. 홈술이 아닌 밖에서는 같은 돈으로 2~3캔, 절반 정도만 마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밖에서 혼술을 하는 이유는 역시 전문가의 손길로 맛있는 안주를 만들어서 가져다주시고, 물과 기본안주를 더 먹을 수 있으며, 값을 지불하고 나가기면 하면 자리도 치워주신다는 데 있다. 특히 집에서 술 마실 때 안주를 정성 들여 만들어 먹는 경우라면 오히려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 더 저렴할 때도 있다.
기자처럼 청소하기 귀찮고, 정리하기 싫어서 강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택한 1인 가구에게 술상 뒤처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것은 밖술의 큰 장점이다. 홈(home)술이 가성비를 추구한다면, 바깥에서 혼자 마시는 술은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에 해당하겠다.
서초동 한 순댓국밥집에서 이따금 국밥 한 그릇에 소주 1병씩 하던 때가 있었다. 혼술하는 기자를 보고 어느 날 “언니 참 앗쌀하네(일본어 앗싸리에서 변형된 사투리)”하던 가게 사장님이 생각난다. 낮 기온 35도를 웃도는 여름, 홈술이든 밖술이든 시원하게 한잔 들이키며 더위를 잠시나마 잊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