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악화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점차 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곁을 지키고 있지만, 여론전으로 아버지를 앞세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3일 “후견인인 사단법인 선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이 어제 오후 입원 후 점차 기력을 회복하는 중이라고 한다”며 "아직 퇴원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입원 직후부터 곁에서 신 명예회장을 돌보고 있는 이는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다. 2일 오후에는 장녀인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딸 장윤선 롯데호텔 전무가 다녀갔다.
문제는 신 전 부회장이 일부 언론을 통해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신 명예회장이 영양 공급을 받기 위해 케모포트(중심정맥관) 시술을 받았다고 밝히는 등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케모포트 시술은 체내에 삽입한 중심정맥관을 통해 약물이나 영양제 등을 지속적으로 주입할 경우에 사용되는데, 의사결정권이 없는 신 명예회장의 건강정보를 함부로 알리는 것은 '의료법 위반'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최근 신 명예회장의 건강이 나빠진 데는 사실상 신동주 전 부회장의 고집이 한몫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신 명예회장은 법원 결정에 따라 지난달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소공동 롯데호텔로 거처를 옮겼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월드타워에서는 아버지를 쉽게 만나지 못할 수 없다는 점과 소공동 롯데호텔이 오래 거주한 익숙한 장소라는 점을 명분 삼아 거처 이동을 요구한 것이 법원에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런데 신격호 명예회장은 거주지 이전 직후 2주만에 건강이 나빠져 전날 오후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명예회장과 부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 등이 모두 롯데월드타워 생활에 만족했는데, 신 전 부회장의 요구로 인해 소공동 롯데호텔로 거처를 옮긴 점이 건강악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명예회장은 올해 한국 나이로 97세다. 출생 신고 등이 늦어져 사실상 백수(白壽·99세를 가리키는 말)인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