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에서 단일 브랜드로 1조원 매출을 달성한 것은 후가 처음이다. 2위 설화수는 물론 수입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라우더, SK-2, 입생로랑(로레알), 랑콤 보다 많게는 8000억원 이상의 매출 차를 보이며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24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관세청의 ‘2018년 면세점 브랜드별 판매실적 순위(30위)’에 따르면, 후는 지난해 약 710만개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매출은 1조665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6086억원) 대비 약 2배나 증가한 셈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6조747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5% 올랐다. 후의 매출은 지난해 2조230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40.8%나 올랐다. 면세점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면서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서도 국산 화장품은 후를 비롯해 △설화수(2위, 4397억원) △닥터자르트(7위, 2409억원) △숨(19위, 1766억원) △라네즈(26위, 1495억원) △AHC(27위, 1280억원) 등 총 6개 브랜드가 차지했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뒤집는 기록이다. 특히 K-뷰티는 면세점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글로벌 명품브랜드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을 밀어내고 입지를 공고히 했다.
2014년까지 오랜 시간 면세점 매출 1위를 지켜온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루이비통(의류·가방)은 2015년 ‘K-뷰티’ 브랜드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꾸준히 매출 하락세다. 2017년(2604억원) 4위였던 루이비통은 지난해(2044억원) 16위까지 떨어져 자존심을 구겼다. 2017년(2558억원)으로 5위였던 크리스찬디올 뷰티 역시 지난해 1949억원으로 17위까지 밀려났다.
다만, K-뷰티의 중국 내 위상이 사드 사태 이전으로 회복했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10위권 내 진입한 수입 화장품 브랜드와의 경쟁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면세점 다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진 데 따라, 중국 내 한국 화장품은 ‘면세점 기획상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후는 중국 내에서도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견고한 입지를 바탕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올 1분기 전년동기 대비 후의 중국 매출 성장률은 62%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중국 대도시의 최고급 백화점에만 입점, 중국 내 상위 5% 고객 공략을 위한 마케팅을 펼치는 등 ‘고급화 전략’을 지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