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인권위원회(위원장 이춘석) 주최로 열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와 입법 과제’ 세미나에는 여성계, 의료계, 종교계, 법조계 등 인사가 모여 입법 방향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해찬 대표는 서면 축사에서 “헌재결정에 따른 후속입법이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하려면 낙태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소리를 경청하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타협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함께 관계 부처 간의 입장 조율을 통해 원만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각계 대표로 온 인사들은 대체적으로 헌재의 결정을 반기면서 빠른 입법을 강조했다. 아울러 낙태라는 표현 대신 ‘임신중단’이라는 표현을 강조했다.
여성계 몫으로 토론자로 참석한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헌재 결정 후) 두 달이 지나는 동안 여성들의 삶을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며 “낙태죄라는 것을 여전히 금지나 규제의 영역으로 둘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민 대표는 “금지와 규제를 기본으로 하고 (낙태 사유에) 따라 허용하는 프레임 때문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규제가 너무 당연하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 문제를 만들어 낸 출발점은 입법자의 책임이 너무 크다”며 “이 순간까지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는 것은 입법자들”이라고 했다. 그는 “형법상 낙태죄는 삭제돼야 하며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 위해 존재했던 모자보건법 제14조도 자동적으로 삭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는 “낙태죄 폐지 이후 향후 법 개정 작업에서 이민중단이 여성의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라며 “임시 중단을 고려하거나 판단하기 위해 충분히 상담할 수 있는 기관을 각 보건소 등 관련 기관에서 담당하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고 이사는 아울러 낙태 시술을 거부하는 의료인의 양심적 거부권을 언급,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의료계와 함께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종교계를 대표해 나온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 정재우 신부는 태아의 생명권을 좀더 강조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 신부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생명 보호에 어울리지 않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왜 잘못인가”라고 물었다.